낯선 사람들
김영현 지음 / 실천문학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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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90년대 시대의 아픔에 대면하는 삶을 촘촘하게 그린 글로 많은 독자들을 공감시킨 작가 김영현이 오랫만에 장편을 냈다. 대학시절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읽고 마음이 저렸던 기억이 새롭다. 그 시절 작가 또한 절절한 아픔을 겪고 있지 않았을까 짐작만 해 보았을 따름이다.

 '낯선 사람들'은 가장의 죽음을 통해 드러나는 한 가족의 추악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돈 문제로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수감되는 장남, 그 형이 죽이지 않았을 거라고 판단한 신학생인 차남이 주변 사람들을 만나는 사이에 어렸을 때 자신의 집에서 식모살이 하던 누나가 아버지와 형에게 능욕을 당하고 쫒겨나다시피 시집을 간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누나에게서 태어난 아들 수철이가 사실은 어버지나 형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그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사실이 드러나는 사이 형은 구치소에서 목을 매 죽는다.

어머니를 잃고 자란 두 형제, 그리고 새 엄마가 딸을 데리고 이 집에 와 다시 셋째 아들을 낳고 가족을 이룬다. 그 과정에 새 어머니의  냉대,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 아들은 방황하게 되지 않았을까, 결국 큰 아들은 중학교 때 집을 나가 외삼촌 집에서 지내게 된다, 동생은 그런 집안 분위기 속에서 물질적인 것을 벗어나 정신적인 삶을 추구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나에게, 누군가에게 낯선 사람들인지 모른다. 관심과 사랑이 없다면 이 세상은 가족이든 이웃이든 낯선 사람들이지. 그러나 낯선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모습이 비슷한 슬픔, 기쁨 속에 서로 위로하며 사는 것이 인간일 터인데 작가는 너무 안이하게 사람들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넣고 '그것 봐라, 이것이 인간이다, 너희들도 똑같다'고 소리치는 듯해서 으스스하다. 

어머니 홍경애, 그녀 또한 자식을 낳고 키우느 어미인데 제 자식 소중하게 키운면서 전처 소생의 자식들을 그런 식으로 나 몰라라 하고 냉대할 수 있었을까, 그녀는 자주 가는 절에서 무엇을 빌었을까. 인간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갖추었다면 이런 가족이 있었을까 , 허나 우리는 자주 이런 패륜적인 소식을 접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이런 패륜들은 인간의 욕망이 불러온 것이라고 하고 싶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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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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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에 나온 책을 읽고 싶은 책 목록에만 올려놓다.

2007년 2월 마지막날 읽다. 서점에서 읽기 시작하고 책을 사고 나와 집에 와 다 읽다.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 박지원, 홍대용 등 학교 다닐 적에 교과서에서 실학자로 외워 시험 볼 때나 필요했을 이름들. 실학자라는 묶음으로 골방에 모셔져 먼지나 잔뜩 앉아 있을  이 이름들에 숨쉬고, 고뇌하고, 기뻐하고, 울고 웃는 생명으로 살려낸 작가 안소영의 글솜씨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 글들에 그림을 그려넣어 생기를 더한 화가 강남미의 안목에도 놀랍다.

이덕무의 간서치전(看書痴傳)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 이덕무와 그의 벗들 마음에 더 닿기 위해 글을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시간에, 그 사람들에 손 내밀어 함께하는 순간이 많아지기를 바랐다는 작가의 소망이 참 귀중한 울림을 준다.

이덕무는 스스로를 책만 읽는 바보-간서치라 불렀지만 책을 읽는 것 말고는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신분인 서자로 태어났다. 서자하면 홍길동전을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실제 서자의 삶과 그들의 설움과 인생에 대해 고민할 만한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은 이덕무를 1인칭 주인공으로 삼아 그의 목소리를 통해 그 고민을 우리에게 직접 들려주기에 실감이 더하다. 책을 통해 세상을 보았고, 책이 인연이 되어 벗들과 스승을 만나 그는 세상에서 소외된 서자의 설움을 녹이고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마흔이 넘어서 그는 세상속으로 나가 중국땅을 밟았고, 규장각 검서관이 되어 벼슬길에도 오르게 되었다.


관복을 입고 처음 입궐하는 날, 아버님에게 인사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버님도 잠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밝은 세상을 만나 네가 이제야 빛을 보는구나!”

빛을 보지 않아도 좋다. 버려진 물건처럼 이리저리 구르던 우리들의 삶도 이제 쓰일 데가 있다는 것이 감격스럽기만 했다. 규장각 서고에 가득한 책들 속에서 좀벌레도 늙어간다고 해도, 이 세상 어딘가에 나의 자리가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세상의 빛을 향해 나온 책들처럼 벗들과 나의 시대는 그렇게 새럽게 열리고 있었다.  



이세상 어딘가에 나의 자리가 있다면 자신의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그의 마음이 아프도록 실감이 간다.  그 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는 인생들이 많이 있다. 이덕무와 그의 벗들도 소외된 사람들이었지만 그 뒤에서 더한 고통을 겪었던 그들의  어머니들과 아내의 삶은 바느질해서 살림을 꾸려간 것 말고는 헤아림이 없다. 그렇게 소외된 삶들에도 마음을 썼으면 하는 바람은 이 책에는 온당한 것이 아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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