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게 참 철없이 - 2009 제1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창비시선 283
안도현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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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소원

적막의 포로가 된다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이 소원들이 간절하게 그리워지도록 살고 싶다. 누군가 철없는 짓이라고 흉보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텔레비전 소리, 차소리, 떠드는 소리 소음으로 가득찬 거리에서 적막을 그리워해본 사람은 알리라, 그 적막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온갖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마른풀처럼 더이상 뻗지 않는 것은 욕망의 중지일 것이다. 욕망이 자주 꿈으로 포장되어 광고되는 세상이 이런 소원을 뭐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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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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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는 곧 의도를 갖는 책의 역사들이다. 책을 쓰는 사람은, 곧 책에 몰입하는 인간들이다. 다름아닌 책벌레들이다. 누가 세상을 만드냐고 묻는다면 나는 책벌레들이 만든다고 말하겠다. 이 책은 조선시대 책벌레들에 대한 이야기다. 잘 알려진 인물도 있고, 그렇지 아니한 인물도 있지만, 그들이 책에 베풀어놓은 생각들이 결국 조선 사회를 만들었던 것이다. - 강명관

책벌레라고 칭할 정도로 책에 미쳐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조선 사람들(왕이든, 선비든)이 조선을 만들었다는 저자의 글은 날카롭다. 저자는 '정조는 개혁군주다', '퇴계는 조선의 뛰어난 사상가다'는 등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잘못된 평가를 단호하게 지적하고 있다. 정조는 오히려 새로운 사상을 타압했던 인물이고 퇴계 또한 그 시대의 사상경향인 주자학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상가였다는 것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조선 시대 인물들에 대한 지도를 그리고  사상적 , 문화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독서를 바탕으로 조선의 지식풍경을 이해하고 우리 시대의 방향을 가듬해 본다면 이책의 공은 크다고 할 것이다.

질문 하나,

책벌레들. 책을 좋아하고 ,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로잡으려던 사람들, 그리고 책을 통해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려던 사람들이 조선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책을 볼 없었던 사람들은 무엇일까. 그들은 단지 먹고 일하고, 양반의 말에 고개를 숙이는 미물들인가.

만약 백성들이 없는 조선사회는? 양반사대부만 있는 사회는?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렇다면 책벌레들이 조선을 만들었다면 그 책벌레들을 떠받혔던 백성들에 대한 말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질문 둘,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누가 만들까. 여전히  책을 읽고 창조하는 지식인들의 힘은 막강할까. 돈이 말하는 사회에 책의 역할은? 책벌레들의 역할은? 나름대로 책벌레라고 하는 이들은 고민하고 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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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집
전경린 지음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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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엄마를 기억하고 있거나, 엄마와 살고 있거나, 엄마를 미워하고 있거나, 그리워하면서 살고 있겠지. 그 엄마를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책.

주인공 엄마 윤진처럼 이혼녀이나 씩씩하게 자기만의 방을 이룬 여자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삶도 있겠고, 삶의 무게에 눌려 가눌 수 없는 현실을 버거워하는 삶도 있겠지.

나에게는 어떤 엄마가 있고, 내가 만약 엄마라면 어떤 엄마가 될 것인지 고민해볼 기회가 되는 책.

 

누구나 집에 산다. 아파트든, 연립주택이든 , 고시원이든, 단독주택이든, 자신의 집을 어렇게 만들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겠지. 그런 마음을 궁리하게 하는 책.

 

집은 숨쉬고, 뒹굴고, 춤출 수 있는 곳. 갈등이 지나쳐 분노가 폭발헤도 그걸 녹여 다시 숨쉬고, 뒹굴고 춤출수 있게 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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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
최희수 지음 / 푸른육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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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서 같은 것은 별 필요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초보 부모의 불안한 마음을 이용해 돈을 버는 출판물이라는 선입견 탓이다.

그저 옛 어른들의 방식을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제 일곱살, 네살되는 두 아들 키우기는 힘든 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의무감에 움직이는 엄마였다.

이 책을 읽고 큰 아이의 지나친 눈치보기나 둘째의 막무가내식 행동이 엄마의 잘못된 행동 탓일 수도 있다는 걸 느낀다. 부모의 감정에 따라 아이들의 반응이 다르다는 것은 아이들이 부모 눈치를 보며 행동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에 따라 화내고 분노하다가 , 기분이 좋을 때 아이를 받아주는 행동을 할 때 아이는 부모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푸름이 아빠는 신문을 통해서 알고 있었는데 그닥 관심이 가지 않다가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 읽어보았다.

그리고 내가, 그리고 아이아빠가 많이 잘못했다는 것을 느낀다.

갑자기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매를 대는 것은 자제해야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아이키우기가 행복한 시간이 되려면 아이를 이해하고 배려했을 때 아이도, 엄마도 행복하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겠다.

==덧붙이기 : 이 책이나 푸름이 닷컴의 인기도가 굉장하다. 나름대로 육아에 대해 기여한 면이 있다.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때문일 수도 있다. 이곳이  자기아이에 대한 육아, 교육문제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넓게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나 공동체,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해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우리 사회가 고루 행복해지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푸름이 아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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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가 끝나면 무엇을 먹고 살까 - 한국사회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제언
박승옥 지음 / 녹색평론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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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1부
민주화 20년, 사막화 20년
민주화운동은 정말 환멸로 끝나고 말 것인가
진보는 없다 - 민주화운동에서 사회전환운동으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통일운동인가 - 통일운동의 시각 전환을 위하여
민중운동은 우리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식량재앙, 에너지 위기, 한국의 농민운동

제2부
한국 노동운동 이념에 대한 단상
전태일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인가
새로운 민주주의, 새로운 공동체를 위하여 - 진보는 환상이다
위기에 빠진 노동, 위기불감증에 빠진 공동체
한국 노동운동, 종말인가 재생인가

제3부
왜 자립경제인가 - 박현채를 다시 읽으며
잔치가 끝나면 무엇을 먹고 살까 - 석유정점을 둘러싼 ‘늑대 이야기’ 열가지
햇빛농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에너지 전환의 싹을 자르는 산업자원부
똥은 에너지다
왜 ‘유기농’이고, 왜 ‘직거래’인가
우리에게 미래가 있을까


차례에 나온 글들만 모아도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다.

민주화 20년이 사막화 20년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주장하는 지은이는 지금 우리 사회가 '타이타닉5분전'의 사회라고 진단한다. 과격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이 말은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인데 이 사회는 그 말에 귀 기울일까.  

현실을 진단한 뒤 우리 사회의 발전, 진보 논리가  석유문명에 바탕한 폭력적인 문명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러한 폭력적인 문명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루려면  새로운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에너지 자립, 식량자립, 그것을 이루기 위한 지역농업의 활성화를 제안하고 있다.   

훌륭한 주장이라도 그 말에  귀기울이게 하려면 듣는 이, 읽는 이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성장, 발전논리는 진리인 것처럼 떠받들어왔으나 그것에 대한 성찰이 필요함을 좀 더 조근조근 풀어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비판하고 새로운 삶을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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