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게 참 철없이 - 2009 제1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창비시선 283
안도현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을의 소원

적막의 포로가 된다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이 소원들이 간절하게 그리워지도록 살고 싶다. 누군가 철없는 짓이라고 흉보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텔레비전 소리, 차소리, 떠드는 소리 소음으로 가득찬 거리에서 적막을 그리워해본 사람은 알리라, 그 적막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온갖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마른풀처럼 더이상 뻗지 않는 것은 욕망의 중지일 것이다. 욕망이 자주 꿈으로 포장되어 광고되는 세상이 이런 소원을 뭐라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