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과 혁명 3 - 나만의 십자가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3년 9월
평점 :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하고 속는다. 속이기도 한다.
나는 그를 사랑하기에 묻지만 상대는 추궁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에 속박되고 속박하기도 한다.
나는 아이를 사랑하기에 책을 읽으라고 하지만 아이는 그걸 잔소리라고 한다.
그 흔한 사랑은 넘쳐나는 말이고 글이지만 혁명하지 못하면 사랑은 변한다.
변하는 줄 모르고 변하고 변하는 줄 알아도 변한다.
김탁환 작가는 '사랑과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예수를 사랑하고 세상을 혁명하려 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유장하게 들려준다. 목숨을 받쳐 믿음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어찌 그런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읽으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기 않는다.
왜 인간은 신을 믿을까? 물이 스미듯 믿음이 스며들고 그 믿음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도 있고
그런 믿음이 세상을 어지럽힌다며 소탕하고 없애려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충둘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작가는 스스로의 삶에서 사랑과 믿음을 살펴보게 한다.
내 사랑은 어찌하며 내 믿음은 어떤 모습인지.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맛을 낼 수 있을까요?"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십시오."
여인을 뒤따랐다. 북쪽으로 백 보 쯤 골목울 걸으니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협문이 나왔다. 여인은 이오득이 마당으로 들어건 것을 확인한 뒤 신을 벗었고, 그 신을 제 손으로 들고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이오득도 그대로 따랐다. 신을 방문 옆에 두곤 고개를 들자, 흐린 등잔 하나가 켜졌다. 기다린 사람은 모두 넷이었다. 놀랍게도 그들 모두 이오득이 아는 사람들이었다.
" 대범하오. 아무리 등잔 밑이 어둡기로서니 감영 옥 바로 아래 골목에서 모일 줄은 몰랐소."
연꽃무늬 등잔을 밝히며 눈웃음을 보인 이는 공설이 아가다였고, 그 옆에 앉은 쉰 살을 넘긴 영니은 신태보 베드루의 며느리이자 소인정 요안을 도와 필사를 맡았던 최조이 발바라였으며, 이오득을 이곳으로 안내한 여인은 곡성 장선마을에선 담양댁으로 통하던 현월아 마리아 막다뤼나였고, 그 옆에 않은 유일한 사내는 곡성 공방을 지낸 석여벽 요셉이었다. 석여벽이 입교한 후 현월아와 함께 곡성을 떠났다는 소식을 공설이에게 듣긴 했으나 여기서 재회할 줄은 몰랐다.
(29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