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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주하는 시간 ㅣ 봄날의책 세계시인선 4
라이너 쿤체 지음, 전영애.박세인 옮김 / 봄날의책 / 2019년 3월
평점 :
뒤처진 새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 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오르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뒤처져 있는 존재를 기다리며 힘을 보내주는 시인이 여기 있다.
나에게도 힘을 주고 있다, 나 또한 뒤처진 이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우리 나이
우리 나이
굽히기가 어려워지는 나이,
하지만 쉬워지지
숙이기는
우리 나이
놀라움이 커지는 나이
우리 나이
믿음에는 잡히지 않으며
태초에 있었던 말씀을 존중하는 나이
시인은 나이가 들었다. 나이가 드니 허리를 굽히기가 어려워지나
고개 숙이기는 쉬워진다고 말한다.,
그래 굽히지 않아도 다른 이에게 고개 숙이며 가도 되는 나이다.
어떤 믿음에는 잡히지 않아도 태초에 있었던 말씀을 존중하게 되는 나이
존중하며 전하는 말씀이 여기에 왔다.
이젠 그가 멀리는 있지 않을 것
이젠 그가 멀리는 있지 않을 것,
죽음이
깨어 나는 누워 있다
저녁 노을과 아침 노을 사이에서
어둠에 익숙해지려고
아직은 동터온다
새날이
하지만 나는 말한다, 더는
말할 수 없어지기 전에
잘들 있어!
고목나무들 앞에서는 절하rh
모든 아름다운 것에는 나 대신 인사해주길
시인은 죽음이 멀리 있지 않은 시간을 살고 있다
그래서 고목나무들 앞에서 절하고
아름다운 것에는 대신 인사해주길 당부하고 있다.
그 말씀을 새겨 듣고 나는 아름다운 것들에 인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