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문정희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보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뒷모습에 대고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네가 어렸을 땐

우리 사이에 다만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사랑 한 알에도

우주가 녹아들곤 했는데




이제 쳐다보기만 해도

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아




너와 나 사이에는

무슨 신이 한 분 살고 계셔서

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

 

 

생각하기

-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시입니다. 우리 부모님은 나를 보며 무슨 기도를 하고 있을까요?

-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우리도 우리 부모님을 위해 기도를 해 봅시다. 무슨 기도를 하고 싶은가요?

-  "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 에서 강물은 무슨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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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시와 시인 - 시인 이문재가 만난 시인 20명
이문재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2003년에 출간된 책이다. 

문학동네에 연재되었던 글들이라 따로 보지 않았는데 우연히 다시 보게 되다.  

다시 읽는 글인데 새롭다니.   

연재된 글을 허투리 읽었거나, 아니면 지금 나의 심사가 많이 우울해서 글들이 아프게 다가와서일까 

시인의 목소리도, 그 소리를 받아적는 저자의 목소리도 축축해서 내가 우는 듯했다.  

삶이 대관절 뭐길래 시인도, 아프고, 세상도 아프고, 나도 아프고,  

삶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면 아픔도 제대로 이해하고 삶을 겪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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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이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2002년>

 

  진강 시인, 섬진강이 제 노래를 하기 위해 낳은 시인, 그래서 섬진강을전담해서 다 노래하는 시인, 초등학교 2학년이 좋아 오랜 세월 2학년 담임을 전담했다던 선생님 시인, '집을 향하기 전에 2학년 1반 교실 유리창을 다 닫고 그 너머로 강변 마른 풀밭 풀잎 위에 남은 햇살들을 보'(〈나는 집으로 간다〉)는, 주로 1반만 있는 시골학교의 평생 평교사 시인,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스스럼없이 "나가 김용택인디!" 하는 타고난 붙임성의 시인, 까마득한 후배를 만나도 늘 다른 무엇도 아닌 "큰 성(형님)"이 되어 주는 시인, 약간 높은 톤으로 말하며 하하하! 웃는 시인, 콩 타작 마당에서 쥐구멍에 들어간 콩을 보며 〈콩, 너는 죽었다〉고 동시도 쓰는 시인, 연애시도 잘 쓰지만 막상 연애박사일 성싶지는 않은 순정파 시인, 지난 여름 아쉽게 퇴임한 할아버지 시인, 이해인·김훈·도종환·안도현·성석제·정호승·장사익 등 당대의 쟁쟁한 문인과 예인들로부터 퇴임을 위로하는 글 잔칫상 《어른 아이 김용택》(문학동네)을 받은 복 많은 시인, 김용택 시인(60)! - 장석남(시인)의 글

 

생각하기

- 달이 뜨면 생각나는 것은?

- 달이 떴다고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다면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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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괴테

신선한 공기, 빛나는 태양,

맑은 물,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

이것만 있거든 낙심하지 마라.

 

생각하기

- 낙심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요?

- 이 시를 읽어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 나에게 용기가 필요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살그머니

                                 강은교



  

  비 한 방울 또르르르 나뭇잎의 푸른 옷 속으로 살그머니 들어가네

  나뭇잎의 푸른 웃도리가 살그머니 열리네

  나뭇잎의 푸른 브롯치도 살그머니 열리네

  나뭇잎의 푸른 가슴호주머니도 살그머니 열리네



  햇빛 한 자락 소올소올 나뭇잎의 푸른 줄기세포 속으로 살그머니 살그머니 걸어가네

  나뭇잎의 푸른 가슴살을 살그머니 살그머니 쓰다듬네

  나뭇잎의 푸른 스카프 폭풍에 펄럭펄럭 휘날리는데

  나뭇잎의 푸른 가슴살 살그머니 살그머니 빙하로 걸어가는데

  살그머니 살그머니 빙하를 쓰다듬는데

  나뭇잎의 푸른 웃도리 나뭇잎의 푸른 브롯치 나뭇잎의 푸른 스카프, 나뭇잎의 푸른 가슴호주머니, 나뭇잎의 푸른 피톨들을 살그머니 살그머니 살그머니 감싸안는데



  살그머니 너의 속살을 벗기고 가슴호주머니를 만지니, 살그머니 열리는 너의 수천 혈관의 문



  시간이 한층 두꺼워지네



  우리의 사랑도 살그머니 두꺼워지네

 

1945년 함남 홍원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연세대학교 영문과와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시 '순례자의 잠' 등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75년 제2회 한국문학작가상을 받았으며 1992년에는 제37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시집으로 <허무집>, <풀잎>, <빈자일기>, <소리집>, <붉은 강>, <바람 노래>,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 <그대는 깊디깊은 강>, <벽 속의 편지>, <어느 별에서의 하루>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허무수첩>, <추억제>, <그물사이로> 등이 있고, 동화로 <숲의 시인 하늘이>, <하늘이와 거위> 등이 있다.  

* 출처 : 계간 『시와사람』2008년 봄호  



'살그머니' 이 시는  요즘 나뭇잎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는 모습과 잘 어울리는데 그냥 아이들이 그 순간들을 느껴 보았으면 해서 골랐답니다. 인터넷에 이 시를 낭송한 곳에 있는데 한번 같이 들어보세요.(문장 시낭송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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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의 봄

 

                                 이원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의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생각하기

- 이 노래를 누구와 함께 부르고 싶은가요.

- 엄마, 아빠의 고향은 어떠했는지 들어 보았나요.

- 올해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 수양버들을  보았나요. 잘 보고 이 노래를 불러봅시다.

 

        햇볕

 

                                  이원수

햇볕은 고와요. 하얀 햇볕은

나뭇잎에 들어가서 초록이 되고

봉오리에 들어가서 꽃빛이 되고

열매 속에 들어가서 빨강이 돼요.

 

햇볕은 따스해요, 맑은 햇볕은

온 세상을 골고루 안아 줍니다.

우리도 가슴의 해를 안고서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되어요.

 

생각하기

- 햇볕이 나에게 오면 무엇이 될까요. 무엇이 되었으면 하나요?

- 햇볕이 누구에게 많이 갔으면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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