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밭 걷기 문학동네 시인선 214
안희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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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드볼트

금고를 열면
씨앗처럼 웅크린 사람이 있다

함부로 열지 말랬잖아 한번 죽었으면 됐잖아 비극도 습관이야
그는 항상 투덜대면서도
번번이 밖으로 걸어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에게는 같은 이야기를 매번 다르거 하는 재주가 있다

그가 다녀간 후엔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고
방안엔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개들은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시름시름 앓고
온 벽은 이끼료 뒤덮이지만

나는 그가 죽음을 말하는 방식이 좋다
나는 이 누수를 멈추고 싶지 않다

그는 귀신같이 내 눈빛을 읽는다
누가 누굴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신이라도 된 것처럼 말하네
너는 나의 진짜 얼굴을 본 적이 없어

언제니 그는 처음의 자리로 돌아간다
흙에 묻혀 기다리는 씨앗의 일을 한다

한 방울씩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듵릴 거야, 그게 너의 영윈이야
그의 마지막 인사는 십 년이 지나도 똑같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물 새는 곳은 없다
그래도 물이 떨어진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금고를 열어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
나는 누구의.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아버지, 할머니,
그분들은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씨를 뿌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 씨앗이 자란 열매를 먹고 아픈 이들이 나았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이야기를 잘 듣는 귀가 필요하다. 내 귀를 잘 돌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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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함의 힘 - 회복탄력성에 대한 오해 그리고 강인함의 비밀
스티브 매그니스 지음, 이주만 옮김 / 상상스퀘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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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역시 운동 경력이 쌓이고 감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면서 훈련 내용도 경기 내용도 바뀌었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달릴 투지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내려고  경기 전마다 나는 억지로 각성시킬 필요가 없어졌다. 그 대신 경기하다가 피로감이 느껴지면 이 감각과 대화를 나누었다. 예전에는 힘들고 피로한 느낌이 들면 정면으로 맞서 싸울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신호로 인식했다. 바뀌고 나서는 내 몸 상태를 확인하는 피드백 정보로 인식한다. 피로감은 내 몸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고, 내 몸의 연로가 떨어지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전에는 통증이 증가하면 딩황하거나 두려움을 먼저 느꼈고 이대로는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하리라고 걱정했다. 바뀌고 나서는 주의를 기울일 신호와 그냥 흘려보낼 신호를 구분하며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아킬레스건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면 부상 가능성을 떠올렸고, 넓적다리에서 묵직한 느낌이 들면 근육이 부풀어오른 상태애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예전 같으면 "젠장! 아파죽겠어, 하지만 넌 강인한 남자야. 고통쯤은 참고 뛰어애지!"라는 목소리가 들렸겠지만, 바뀌고 나서는 차분한 내면의 대화가 이어졌다. "정말 불편해지네. 괜찮아. 아픈 게 당연한 거야. 잘못된 거 없어. 예상한 일이야. 팔에 힘을 빼고 주의를 집중하자." 선불고 고수로 변신해 고통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경지에 도달한 게 아니다. 내가 느끼는 피로감과 고통, 괴로움은 차이가 없었다. 머릿속의 악마는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나타나서 나더러 포기하라고 소리쳤다. 에전과 달라진 점은 힘들거나 괴로운 느낌이 들 때 습관처럼 자동으로 당황하지 않도록 나를 제어하는 기술을 익혔다는 것이다. 잠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 틈으로 인해 모든 게 달라졌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조용한 내면의 대화다. 

 (244p)


  작가는 '조용한 내면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자극에 바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조절하고 잘 대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에게 자신감과 진정한 강인함을 주었을 것이다. 

센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강인함으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더 좋은 선택을 향해 갈 수 있을 때 개인에게도 선물이 되고 사회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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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지배 사회 - 정치·경제·문화를 움직이는 이기적 유전자, 그에 반항하는 인간
최정균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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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관념과 편견도 문제다. 혐오는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 이루어진 집단이나 부류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확장되는데, 이는 모든 것을 분류해서 받아들이려는 사고 체계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감염 가능성을 피하기 위한 자기 방어기제로서 발달한 혐오라는 감정이 인식의 영역으로도 침투해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발전하게 된다.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에서 인류에게 위험한 물체나 생명체를 재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듯이, 위험한 인간을 알아채는 것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타인을 개성 있는 각각의 개체로 분석하고 기억하고 평가하는 것은 두뇌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느리고 복잡한 정보처리 과정이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인간을 몇 개의 간단한 범주로 나누어 분류하고 그에 따라 신속하게 판단하는 사회적 인지 방식이 적응에 유리했을 것이다. (61p)

 

 

고정관념과 편견이 만들어지는 기제를 이해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서 우리 인간은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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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난이 온다 - 뒤에 남겨진 / 우리들을 위한 / 철학 수업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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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힘들다고 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했다 해도 출산을 주저하는 현실이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현실을 조망하고 새로운 길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코로나 19 이전, 서로를 만질 수 있던 시대에 우리 삶은 이미 파편화되어 있었다,  이 책은 서로를 만질 수 없는 시대에, 평범한 우리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연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다, 다가올 세계에서 우리가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이 될지. 새로운 시대의 사람들'이 될지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우리의 이야기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15p)


2021면 1월의 초대에 늦게 도착했지만 반갑다. 

 

많은 연구, 통계 자료들도 교육이 주도하는 승자독식 체제에서는 18세에 해당하는 인구의 1%만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1%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어요. 부모들이 이런 현실을 체감하며 살고 있기에 교육비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자녀들에게 돈을 쏟아붓는다는 거예요. 결국 이런 현실 속에서 '능력'이란 것 또한 엘리트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세습되어 계층 이동을 가로막게 되는 거죠.

(268p)



이로 인해 중산층이 무너지고 혐오와 차별이 퍼지면서 구성원들 간의 연대가 막혀서 민주주의도 위협받는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것을 넘어서기 위해 남겨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제됴와 인식을 만들어가자고 한다. 저자의 마음에 공감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다정한 마음들이 모여 가는 세상이라면 살아보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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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창비시선 501
도종환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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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일 1



목련이 다시 돌아와주어서 고맙다

어머니가 목련을 바라보는 동안 

목련 뒤에 해사하게 내린 햇살이 

어머니에게도 가득 내리고 있어서 고맙다

두 손을 모으는 동안 

하느님이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것은 

존재 자체

거기 그헣게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게 얼마나 많은지

잊고 지낼 때가 있다

걸어보려고 이제 막 발을 내딛는 어린 아기

밤이 되면 제일 먼저 우리는 보러 오는 샛별

손짓하면 언제든 달려오는 사랑하는 그대

더 찬연하게 빛나지 않아 서운할 때 있지만 

더 갈망이 채워지지 않아 허기질 때 있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것은 

존재 자체

거기 그렇게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게 얼마나 많은지



3월, 살구나무 꽃이 돌아와 주어서 고마웠다. 

4월에는 불두화 꽃이 돌아와서 고마웠고,

지금은 체리세이지가 다시 돌이와 주어서 고맙다. 

이제 물매화가 돌아올 것이다. 

그럼 고마워서 두 손 모아  인사해야지.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시다. 고맙다. 




겨울 산


진정으로 아름다운 산은 

겨울에 더 아름답다


아름다운 사람은 

자기 생의 겨울에도 아름답다



겨울산이 아름다운지는 잘 모르겠다. 가을산도 여름산도 아름답다고 느낄 때가 있으니까.

진정 아름다운 산은 겨울이 아름답다고 하니 겨울산에 더 가보고 싶어진다.

자기 생의 겨울에도 아름다운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을 깊이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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