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카운터펀치 창비시선 324
김명철 지음 / 창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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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ven Tree 

 

별똥별이 날리는 날 밤이었습니다

내 울타리 안으로 나무 한 그루가 들어왔습니다

 

나를 낳은 들판의 염소였습니다

나를 낳은 갈색 눈동자였습니다

나를 낳은 할머니의 굽은등이었습니다

나를 낳은 4분쉼표였습니다

나를 낳은 'a lover'였습니다

 

나무와 밤마다 눈을 맞추기로 하였습니다

 

하늘이 아니라

내속으로 나무를 낳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염소와 갈색 눈동자와 할머니의 굽은 등과 4분쉼표가 내 사랑이었을까, 다 보고 싶어지는 드문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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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빨강 창비청소년문학 27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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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 기계  

알람 시계가 울린다  

고등학교 이 학년인   

공부 기계가 깜빡깜빡 켜진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졸린 공부 기계는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간다.  

 

공부 기계는 기계답게  

기계처럼 이어지는 수업을  

기계처럼 듣는다 

 

쉬는 시간엔 충전을 위해 

책상에 엎드려 잠시 꺼진다. 

 

보충수업을 기계처럼 듣고 

학원수업을 기계처럼 듣고 

공부기계는 기계처럼 집으로 간다., 

 

늦은 밤 돌아온 공부 기계는  

종일 가동한 기계를 점검하다,  

고장 난 기계처럼 껌뻑껌뻑  꺼진다 

 

 그럴까? 나도 그랬을까. 그 사이 슬픔, 탄식, 기쁨들은 모두 사라지고 기계가 되어 살았을까. 지금 아이들도 기계가 되어 살고 있다는 전언은 슬프도록 아프다. 그러나 

아이들이 이 시를 읽고 그렇지 않다는 마음을 낼 수 있다면 좋겠다.  

청소년들의 마음을 잘 드러냈다는 시들이 하나같이 아프고 서럽다. 서럽지 않은 열정과 기쁨도 한켠엔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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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원재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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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세요.

사랑스런 두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보고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당신 앞에 있는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세요.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 한 번 당신의 머리를
어린아이의 손길로 쓰다듬게 하고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결코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며 걸으세요.

사람들의 상처는 치유되어야 하고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합니다.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로부터 깨어나야 합니다.

고통으로부터 구원받아야 합니다.
그 누구도 버려져서는 안 됩니다.

기억하세요.
만약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면
당신 팔 끝에 있는 손을 사용하세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나는 당신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을 돕는 손입니다.




   오드리 헵번의 애송시였다니, 누구 시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아쉽다,

 

물의 근원


- 교황 요한 마오로 2세 -



숲은 만을 이루어 굽이쳐 흐른다
산자락을 구르는 시냇물의 힘찬 박동

그대가 물의 근원을 발견하려거든
물길 따라 기슬러 올라가야 하느니
용감히 나서라,  

 끝내 찾아라,  

 끝내 포기하지 말라,
어딘가 반드시 발원지는 있으리라
근원이여, 너는 어디에 있는가
정녕 어디쯤에서 맑게 샘솟고 있는가

한없는 고요
여기 숲을 질러가는 시냇물이여
네 물길을 나에게 보여다오
근원의 아름다운 비밀를
부디 드러내다오
 


(고요-- 그대는 왜 침묵하는가
존재의 근원에 대한 비밀을
어찌 그리도 깊이 감추었는가)

내 입술을 적시게 해다오
근원의 생명수를 마시고
생기를 느끼게 해다오
성스러운 삶의 생기를


 선사들의 말씀같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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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유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389
이재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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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배후




웃음의 배후가 나를 웃게 만든다
자꾸 웃음이 나온다
밥 먹으면서 웃고 길 걸으며 웃는다
앉아서 웃고 서서 웃고 누워서 웃는다
수업 하다가 웃고 차 타면서 웃는다
잠자다 깨어 웃고
소리 내어 웃고 소리 죽여 웃는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몸에 난 사만팔천 개의 구멍을 열고
비어져 나오는 웃음의 가래떡
찡그리면서 웃고 이죽거리며 웃는다
웃는 내가 바보 같아 웃고
웃는 내가 한심해서 웃는다
이렇게 언제나 나는 가련한 놈
웃다가 웃다가 생활의 목에
웃음의 가시가 박힐 것이다

백지의 공포 앞에서 볼펜이 웃고
웃음의 인플루엔자에 전염된
꽃들이 웃고 새들이 웃고
애완견과 밤 고양이가 웃고
가로수가 웃고 도로가 웃고 육교가 웃고
지하철이 웃고 버스가 웃고 거리의
간판들이 웃고 티브이, 컴퓨터가 웃고
핸드폰, 다리미, 냉장고, 식탁,
강물, 들녘이 웃고 산과 하늘이 웃는다
동심원을 그리며 번져가는
웃음의 장판무늬들
그리다가 돌연 사방팔방 안팎에서
떼 지어 몰려와
두부 같은 삶 물었다 뱉는,

가공할 웃음의 저 허연 이빨들
웃음의 감옥에 갇혀 엉엉 웃는다
그 언제나 즐겁고 신나는
옛날 같은 새날이 와
눈치 보지 않고
눈물 콧물 흘리며 실컷 울 수 있을까 



  실컷 울지 못하고 사는 많은 이들이 울고 있다. 그 울음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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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아줌마의 햇살도서관 일공일삼 68
김혜연 지음, 최현묵 그림 / 비룡소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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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똘망똘망한 진주도 만나고 

키 작아 열 받는 일이 많은 정호도 만나고 

자기 방이 없어 화가 나는 수정이도 보고 

코끼리 아줌마 사서선생님과 차도 한 잔 마시고  

그럼 하루가 흐뭇하겠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나는 책 

햇살이 고맙게 느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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