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에

꽃들 무진장 피어나는 것은

한 겨울 폭설에

굶주려 허기진 세상에

따뜻한 밥상을 차리는 것이다

한데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져

상처나고 지친 세상에 위로의 수저를 건네 주는 것이다

가족도 없고 돌아갈 집도 없는

노숙자인 저 들과 산에

손을 잡아 주고 앞에 같이 앉아

사월은 어머니처럼

맛있는 사랑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뒤주에서

고운 햇살같은 쌀을 퍼내

봄비로 씻고

필가 말까 한참 뜸을 들이다

김 모락모락 나는 제주의 유채와

선운사 동백과  광양의 매화를

밥그릇에 담는다

이제 막 버무려 놓은

이천의 산수유꽃과 유달산 개나리와

장복산 벚꽃 같은

맛깔스런 반찬을 올려 놓는다

천천히 다 드시고 난 후에

치악산 복사꽃과 영취산 진달래와

소백산 철쭉으로

입가심을 하는 것이다

누구든지 사월을 밥상을 먹거

세상 모두 배부르다면 얼마나 좋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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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람들에겐
너무 큰 소리로 말하지 말아요
마음의 말을 은은한 빛깔로 만들어
눈으로 전하고
가끔은 손잡아주고
들키지 않게 꾸준히 기도해주어요

- 이해인 <슬픈 사람들에겐> - 

 

생각하기

 

- 주위에 슬픈 사람들이 있나요?  누구인가요?

 

- 그를 위해 눈으로 전하고, 손잡아주고, 기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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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승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마음속에 박힌 말뚝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꽃이 인간의 눈물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꽃이 인간의 꿈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생각하기

- 내 마음 속에 못이 있나요, 어떤 못인가요?

 

- 나는 누군가에게 못이 된 적은 없나요?  그 못을 뽑아 꽃을 심는다면 나는 어떤 꽃이 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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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된 꽃, 박주가리
   

         -고진하

 
어떤 이가
새가 된 꽃이라며,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씨를 가져다 주었다
귀한 선물이라 두 손으로 받아
계란 껍질보다 두꺼운 껍질을 조심히 열어젖혔다
놀라왔다
나도 몰래 눈이 휘둥그래졌다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의
새가 되고 싶은 꿈이 고이 포개져 있었다
그건 문자 그대로, 꿈이었다
바람이 휙 불면 날아가버릴 꿈의 씨앗이
깃털 가벼움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꿈이 아닌,
꿈의 씨앗도 아닌 박주가리의 生,
어떤 生이 저보다 가벼울 수 있을까
어느 별의
토기에 새겨진 환한 빛살무늬의 빛살이
저보다 환할 수 있을까
몇며칠 나는
그 날개 달린 씨앗을 품에 넣고 다니며
어루고 또 어루어 보지만
그 가볍고
환한 빛살에 눈이 부셔, 안으로
안으로 자꾸 무너지고 있었다


 

생각하기 

- 박주가리 꽃을 본 적이 있나요? 한 번 찾아봅시다.

 

- 시인은 박주가리 꽃에서 새가 되고 싶은 꿈을 봅니다. 우리 주변의 사물에서 꿈을 느낀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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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페인트로 담벼락을 새로 칠했어.

큼직하게 써 놓은 '석이는 바보' 지우고

'오줌싸개 승호' 위에도 쓱쓱 문지르고

지저분한 낙서들을 신나게, 신나게 지우다가

멈칫 멈추고 말았어.

담벼락 한 귀퉁이, 그 많은 낙서들 틈에

이런 낙서가 끼여 있었거든.


 

―영이가 웃을 땐 아카시아 향내가 난다.

난 영이가 참 좋다. 하늘만큼 땅만큼


 

  - 신형건의 ‘낙서’ -


 

생각하기

-  오늘 어떤 낙서를 하였나요. 그 낙서에는 어떤 마음이 들어 있나요?

 

-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낙서를 본 적이 있나요?

 

- 내가 웃을 땐 어떤 향기가 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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