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인류 - 인류학의 퓰리처상 ‘마거릿 미드상’ 수상작
마이클 크롤리 지음, 정아영 옮김 / 서해문집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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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풍경은 점점 더 장관을 이루는 것 같았지만, 당연히 나는 그런 걸 감상할 여력이 없었다. 지친 와중에 고개를 드니 멀리 고원 끝자락으로 도시가 아침의 옅은 구름에 휩싸여 있는 것만이 간신히 눈에 들어왔다.. 나는 파실의 발을 따라 달리며 '계속 움직이는 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주변 시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들판과 나무들이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유칼립투스, 유칼립투스, 나무뿌리. 빈 터, 가지, 유칼립투스. 하지만 이제 내 의식은 바깥세상이 아니라 온전히 '내면'으로 향해 있었디. 칼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느꺼지는 감각, 폐가 내지르는 비명과 다리가  타오르는 듯한 통증,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는 '완전히 순수한 집중은 기도'라고 썼다. 내게 달리기는 언제나 종교의 경험에 가장 가까운 것이었다. 마지막 한 시간은 영원처럼 느껴졌다. (1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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