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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
김영수 엮음 / 창해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선 저자부터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최고의 역사가인 사마천의 사기를 다양한 버전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면서 사마천에 대한 연구에 일생을 바쳐 온 김영수 교수는 한국사마천학회까지 발족할만큼 사마천과 사기, 중국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넘쳐나는 인물이다. 그가 사마천이 사기에서 언급한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한비자에 대한 책을 펴냈는데 <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 – 난세의 기재, 한비자 리더십!>가 바로 그 책이다.
한비자는 동서를 막론하고 정치철학에 있어서 독보적인 존재다. 서양에서는 미국의 역사학자 존 킹 페어뱅크가 표현한 바 있듯이 한비자를 ‘동양의 마키아벨리’라고 비교할 정도다. 하지만 한비자가 기원전 약 280년에 태어났고 마키아밸리는 1469년에 태어났으니 엄밀히 말해 마키아밸리를 ‘서양의 한비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알맞을 것이다. 김영수교수는 한비자의 능력은 출중했으나 ‘타고난 말더듬이’로 인해 맞이한 비정한 운명을 먼저 언급한다.
천재적인 글솜씨와 사상은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회자되며 칭송받고 있지만 정작 말은 어눌했기에 그를 흠모했던 진시황으로 하여금 외면받았고 결국 간신 이사와 요고에 의해 자결을 강요받았다고 한다. 이는 사마천이 결국 말만 잘하는 이들, 예를들면 이사와 같은 간신들로 인해 배척 당하고 그 능력을 올바르게 쓰이기도 전에 꺾이고 마는 재능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한비자의 사상을 제왕의 통치술을 가르친다고 단언한다. 그러다보니 현대에서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덕목과 경계해야 할 교훈들, 리더가 갖는 권력을 탐하거나 기생하려는 신하나 조직원들의 관계에 대한 훌륭한 가르침으로 가득차 있는 정치철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통치자(리더)는 신하(조직원)를 어떻게 통제하고 이끌 것이며, 신하(조직원)는 통치자(리더)의 심기를 어떻게 헤아려 자신의 지위를 최대한 유지 내지 더 올라갈 수 있을지를 가르쳐준다. 때문에 이 책은 이러한 한비자의 통치술을 감안해 소개되는 사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역량을 길러준다.
다만 저자는 한비자가 일반인 독자들에게 ‘읽을 만한 책’임에는 분명하나 반드시 인간의 본성은 악하며 거기에 더해 대단히 이기적인 존재임을 감안하고 읽으라고 조건을 단다. 아울러 약소국 한나라의 생존을 위해 사상을 활용하다보니 독재를 전제한 사상이라는 점에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감안하더라도 한비자의 사상은 충분히 배우고 익힐 가치가 있음을 독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