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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 살인 사건 - 카뮈의 <이방인>,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카멜 다우드 지음, 조현실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1월
평점 :
오늘 엄마는 아직 살아있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죽은 사람은 엄연히 둘이였는데 사람들은 한 사람만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말의 의미는 조금씩 알게 된다. 뫼르소는 사람을 죽이고도 그의 뛰어난 언어로 잘 쓴 책 덕분에 살인자임에도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 역시도 그의 언어를 가져다가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그의 형 무싸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다. 그것도 무싸를 죽이려고 총을 쏜것이 아니였다. 재수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무싸는 지독하게 운이 나빴다. 죽은 아랍인이 엄마의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어서 연금을 받을 수 없었다. 무싸가 존재했다는 것조차도, 세상에 태어나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전혀 아니였던 모양이다. 무싸는 시신마저도 없었다. 그러니 죽은것도 산것도 아니였다. 실종이라고 해야될까, 그런데 누구로부터 어디로부터 실종된 것인지 모르겠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이, 특히 죽는 다는것이 쉽지 않다. 죽으면 끝날것 같지만 남은 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슬픔마저 빼앗아가버리는 복잡미묘한 일들이 남아있다. 아들이 죽은 슬픔도 감당이 되지 않았지만 현실의 부조리함은 그 아픔까지 박탈해갔다. 무싸의 동생은 형의 죽음을 잘알지 못했다. 그는 어렸고 엄마는 그것을 감당하기 힘에 부쳤다. 무싸는 죽어서도 반세기가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자기 이름을 갖게 된다고 한다. 무싸라는 이름을 꼭 불러주고 싶었다.
몇 세기 전부터 식민자들은 자기들이 길들인 것들에는 이름을 주고,자기들을 괴롭히는 것들에게선 이름을 빼앗으면서 재산을 늘려왔다네. <26쪽> 그의 시선은 삐딱하다. 하지만 그것이 그럴수 밖에 없다 생각된다. 어렸을적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정신이 없다. 아마도 남겨진 어머니는 어린 아들과 힘들게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엄마는 무싸의 동생을 짐짝 취급했던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자식을 짐짝 취급할까 생각하겠지만 그 자식만 없어도 새로운 출발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처럼 딱 들러붙어서 떨어지지도 않는다 생각한다. 드디어 하룬도 형을 죽인 가해자를 피해자가 되게 만든다. 하지만 그후로 일상생활이 변하였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였다.
나처럼 언제나 눈을 감은 채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 드는 존재에 대한 부정 말일세. <125쪽> 하룬은 자신이 뫼르소를 죽인 이야기를 주절거리고 있다. 하지만 용서를 받기 위함은 아니였다. 비밀이라는 것은 스스로의 양심을 옭아매고 갉아먹어 형체를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특히 이런 위험한 일은 말이다. 스스로의 자유를 찾았다 말하지만 결국은 그 구덩이 안에 갇히게 된다.
살인을 저지르고 났을 때 내게 가장 아쉬웠던 건 순수함을 잃은 게 아니라 그때까지 내 삶과 범죄 사이에 그어져 있던 경계가 사라졌다는 것이었어. 그 후에도 그 경계선은 다시 긋기가 힘들었지. <1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