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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마음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황선미의 민담 10편
황선미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비룡소 / 2015년 11월
평점 :
어린시절에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주머니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다른 친구들은 할머니께서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해주신다는데 우리 할머니는 장날이면 술에 취해 계셨다. 술과 친구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한번은 '재미난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했더니, 할 이야기가 없다며 손을 털고 가버리셨다. 그렇지만 자주 고무줄도 잡아 주시고 역으로 어린 손녀의 잔소리도 들어주시는 분이셨다.
다른 나라의 민담이라고 해도 정서적인 느낌이 살짝 다를뿐 크게 다른 느낌이 없었다. 어쩌면 민담일지 몰라도 비슷한 이야기를 어린시절에 함께 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어릴적에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니까.
'옛날 옛날에' 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흥미가 생긴다. 뻔하겠지 그러면서도 귀 기울여서 듣게 된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는 말을 자주 쓰면서 '그때는 말이지.' 했는데 말이다. 고사리 꽃이야기로 재미난 이야기가 시작된다. 왕이 된 농부라는 폴란드의 민담이 인상적이였다. 가베우는 부모마저 바보라고 생각하는 아들이였다. 안쓰러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가족들이 먹을 식량마저 거지에게 내주고 만다. 부모와 형제들은 무지하게 화를 낸다. 아버지는 너무 화가나서 몽둥이를 휘두르며 가베우에게 나가라고 한다. 힘든 사람을 도와준 가베우의 따뜻한 마음이 아름답다. (다만 그 거지도 가베우를 이용해 먹었다.) 누군가를 도와줄때는 대가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상대방의 마음도 생각지 않는게 좋다. 그때 그 마음이 소중한 거라는 믿도 끝도 없지만, 그저 좋으면 그것으로 된거다. 모든일이 그렇지만 그 이상을 생각하면 심사가 뒤틀린다. 하지만 그 이상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말을 꼭 믿고 싶다. 살아서 안되어도 죽어서라도 꼭 받을 것이다. (그게 무슨 소용일까 싶기도 하지만 살아 생전에 한일에 대한 대가를 언젠가는 치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착하다는 말이 답답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그런 착함이 아니니까.
이야기속에는 꽤 험난한 여정이 숨겨져 있다. 부모님께 버림받기도 하고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한 순간 그것은 찰나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해보였다. 왕을 집으로 데리고 온 카테리나의 지혜도 돋보였다.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 어떤 선택을 할지,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할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순간 어이없게도 큰일이 될때도 있고 큰일이 생각 의외로 간단할때도 있다.
민담이 재미있는 이유는 생활에서도 때로는 말도안되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왕이면 말도안되게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일들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