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버킷리스트
데버러 라이트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느껴지는 것이 나이에 따라 다르다. 서른살이 지나면 주변의 풍경도 크게 달라질꺼라 느꼈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것이였다. (좀 달라졌으면 좋겠지만 별차이가 없어서 서운했던 것 같다.)

 

서른두살의 줄리아는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였다. 지금은 직장에서 잘렸다는 아픔에, 실은 그보다 더한 실연의 상처로 힘들어 하고 있다. 스스로의 잘못 때문에 자책하고 있는 중이였다. 사랑을 하는 나이는 따로 없다. 하지만 사랑을 할만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줄리아도 그러지 못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다. 좋게 말해서 떠나보냈지 과감히 팽개쳐버렸다. 줄리아가 시어런에게 몹시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벌받고 있나보다.

 

줄리아는 절친 리스의 끈질긴 부추김으로 인해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리스의 남자친구가 시어런이다. 그러니 줄리아는 지금 속이 터질 지경일 것이다. (처음에는 리스가 남자친구를 뺏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줄리아가 시어런을 뻥 차버리고 두사람이 사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해도 두사람이 사귀는 것을 보는 입장은 껄끄러울 것 같다. 특히 함께 사는 친구일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다. 매우 잘못됐다.) 줄리아는 리스란 친구에 대해서 매우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시어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착한 여자를 보았나. 대단히 잘못이야. 착한게 아니라 바보처럼 느껴진다. "리스 옆에 있어서 시어런이 더 멋져보인거 아니여?" 리스는 아버지가 엄청 부자라서 평생 놀고 먹어도 되고 마음 끌리는대로 일했다가 접었다가 마음대로 살고 있다. 거기다 얼굴도 몸매도 착해서 안 넘어오는 남자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 리스를 줄리아는 몹시 부러워하고 있다. 마음대로 사는 것보다는 예전부터 얼굴이 이뻐서 부러워했던 것 같다. 줄리아는 자신이 참 별로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누구든지 별로일 것 같다.(그렇다면 리스란 친구랑 친하게 지내지 말았어야지. 구지 옆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사람들로부터 비교당할 필요가 있냔 말이야.)

 

로맨틱 버킷 리스트는 처음 들어봤다. 죽기전에 해보아야 할 몇가지는 많이 들었는데 줄리아의 리스트에는 열가지 버킷 리스트가 들어 있다. 첫번째는 이탈리아 남자와 자기였다. 처음엔 미친거 아냐 했다가 뭔일을 당하는 건 아닌지 좀 걱정되었다. 첫번째 남자덕분에 아줌마한테 욕을 한바가지는 얻어먹고 부리나케 뛰쳐나왔다. 스스로도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큰 맘을 먹고 모르는 남자를 쫓아가서는 '이것 참' 그녀석은 아직 미성년자였다. 줄리아의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바보같은 촉에 어이가 없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지에서 느낌이 좋았던 루크라는 남자가 뒤에서도 나오길래(읽다가 궁금해서 뒤를 살짝 읽어봄)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나 보나 했다. 아마도 루크에게 끌렸던 것은 순전히 리스때문인지 모른다. 극과 극은 끌린다더니, 무책임하고 제멋대로인게 끌렸나 보다. 잘생기고 재미있고 자유로워 보이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아가고 있는 루크, 하지만 아무것도 원하는대로 하고 있질 못하다. 최대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발버둥치는 이유는, 돌아가야 할 곳이 있기 때문이였다. 그러기 싫어서 더욱 발버둥치는 것밖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자유와 방임의 차이를 설명해줘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몰라서 그래..

 

줄리아는 시어런을 놓아버리기 위해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루크는 줄리아는 좋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평생토록 만나기 싫었을 것이다. 사랑하면 꼭 결혼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거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사랑해서 결혼하기 싫으면 헤어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계속 만나고 싶다고 한다. 줄리아는 그런 루크한테 상처받는다. 얼마나 만났다고 금방 사랑을 하게 된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만난 시간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을 만나도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이 더 많을테니까 말이다. 읽다보면 줄리아, 리스, 시어런 세사람의 삼각관계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점점 리스의 사악한 면이 나온다.(내가 그럴줄 알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절친의 남친이랑 사귀는 건 제정신이 아닐수 있는 확률이 80퍼센트정도 일꺼란 생각이 든다. 20은 세상에 어쩔수 없는 일들이 하도 많으므로 남겨둘 퍼센트. 살면서 정답은 없고 점점 생각하면 할수록, 조금이라도 그 사람의 상황을 듣게 된다면 넘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어린시절 좋아했던 동화작가를 만나기도 한다. 만나기 무지 어려웠다. 하지만 줄리아가 이것만은 포기못해 하는 심정으로 밀어부쳐서 가능했던 일이다. 세상에 무턱대로 한다고 해서 될일도 별로 없지만 안될일도 별로 없을 것 같은 기분이다. 용기를 내서 어머니께 아버지 소식을 묻는다. 엄마는 별로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딸의 입장은 그것이 아니다. 줄리아는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고 궁금했을 것이다. 부부의 관계는 별로일지라도 부모와 자식 관계는 끊는다고 끊어지는 관계가 아니므로 선을 맘대로 자르거나 끊어서는 안된다 생각된다. 강제로 끊어버리고 싶은 관계도 분명히 있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아이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인생에 큰 상처로 남게 된다고 해도, 그렇지 않아도 모르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될테니까. (이또한 뭐라 말하기 난처하다.)

 

줄리아는 몰랐을꺼다. 리스가 그녀를 얼마나 시기 질투했는지 말이다. 누군가 자꾸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앞에서 말을 자르지 말아야 한다. 줄리아도 혼자만의 생각으로 더 힘들었다. 직접 부딪쳐 보았어야 하는데 속마음을 꾹꾹 누르면서 여기까지 달려왔다. 책속에서는 다행이 잘 끝났지만 실제로라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는 일이 더 많았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솔직해지는게 생각보다 미치도록 챙피할때도 있지만, 어떤가 다음날 무슨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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