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시작 오늘의 젊은 작가 6
서유미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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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병실 침대에 모로 누워 있다. (9쪽) 앞으로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 어렴풋이 짐작이 되었다. 아무리 멋지게 인테리어를 꾸며 놓는다 해도 병원은 병원이다. 몇해전에 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다는 소식에 기차를 타고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아버지같은 환자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다행히 크게 아프거나 한것은 아니셨다. 파킨슨병때문에 고생하고 계시긴 하셨지만 다들 아는 병이며 지금의 상태도 나쁘지 않다고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뿐만 아니라 식사도 잘 드시고 잠도 편안히 잘 주무셔서 그저 며칠간 입원하면서 쉬는 나날이 되었다. 그 곁을 지키면서 간만에 뜬눈으로 밤을 지세웠다. 그런 아버지를 뵈니 다행이였다. 병원 식사는 별로 맛이 없을 것 같지만 너무나도 맛있게 잘 드셨다. 처음엔 얼마나 놀랐는지 얼굴이 하얗게 떠서는 병원으로 들어왔다. 저자의 말처럼 그전에는 응급실 간판이 커다랗게 눈에 들어왔었는데 지금은 장례식장 이라는 글자가 두둥실 떠다닌다. 그게 참 싫다.

 

영무는 어머니의 암소식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부인과 쭉 소원한 사이였지만 여진이 와서 위로해 주었으면 했다. 그런데 여진은 그 말을 듣고도 이혼하자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혼하자라니. 영무는 10살때 아버지의 자살로 인해서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았다. 여진은 영무와 제대로 사귀지도 않은 체 몇달만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여진의 이야기를 듣자니, 영무가 표현하지 않는 사랑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활달하고 쾌활한 스타일의 여진이라서 말없이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영무가 매력적으로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여진은 그토록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아이를 가질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편 임신 사실을 영무가 좋아해주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았다. 나중에 영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스스로의 상처때문에 여진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그사람이 안쓰러웠다. 그로인해 두사람은 불행해져버렸다. 여진은 잡지기자로 일하던 10년과 지금은 얼떨결에 미용실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다가 사랑에 빠져 버린다. 그 사랑은 시한부였다. 어차피 끝을 알고 있었지만 여진은 멈출수 없었다.

 

소정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정은 어머니와 남동생과 살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형편도 급격히 나빠졌고 동생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소정은 그런 남동생을 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했고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러다 진수를 만났다. 진수는 그런 소정을 응원해주었다. 진수는 소정처럼 살지 않기때문에 말로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조금씩 이해할수 없게 되었다. 소정은 아르바이트를 찾아보고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소정은 진수와 결혼을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지는 않았지만 그로인해서 힘든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는 해보았다. 때론 끝가지 가보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결말이 있다.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소정도 알았을 것이다.

 

감정이나 의도와 상관없이 가장 정직하고 공평하게 흐르는 게 시간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이후의 시간이, 삶이 어떻게 흘러가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 두려웠지만 그래서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4월이 끝나 가고 있었다. (171쪽)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 힘겨움 끝에 절망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였다. 이 소설속 인물들은 어떤 삶을 선택할지 궁금해졌다. 추스려지지 않는 마음이거나 외로울때면 바람이 부는대로 잠시 있어도 좋을것 같다. 살아가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 해서는 안되는 것, 그게 세상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누군가 보다는 스스로가 마음에 걸린다면 그것이 가장 큰 문제일꺼라는 생각이 든다.

 

 

<민음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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