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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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의는 10년만에 진우를 만난다. 무슨말을 건네야할지 난감한 모양이다. 태의가 말도 못할만큼 잘못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시간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어제 만난것처럼, 두사람은 그래 보였다. 시간은 다시 태의가 진우를 처음 만났을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한 태의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평범한 대학 생활이 시작된다. 미학과여서 인지 이런저런 말장난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90년대에 대학에 입학하여 사회의 문제를 체념하듯 푸념거리로 삼지 않고 몸으로 겪어내고 있었다. 반은 체념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것을 몸으로 부딪치자면 어디 하나쯤은 실생활에 불편한 정도 내지 입원하거나 죽을지도 모른다. 생각이 많으면 그만큼 무서워진다. 짧막한 일기를 읽어내는 듯한 느낌으로 읽었다. 누구와 누구의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 시절에 친한 선배와 친구, 연모하는 여인, 그렇지만 사랑은 그 시절 추억의 일부쯤 될 것이다. 지금은 그때와 전혀 딴 세상에 살고 있다. 그때처럼 불구덩이로 뛰어 들기에는 나이가 있어서. 흠. 그리고 지켜야 할것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켜야할 신념이, 맞다고 생각하는 정의가 중요했을 것이다. 그저 지나쳐야 할 것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투쟁하고 지켜내려고 목숨까지 걸었던 문제다. 많은 것들이 압박에 가려지거나 사라지거나. 지금도 여전히 나아지거나, 달라진것이 없었다. 먹고 살기 바쁜 세상이라며 변명을 해보기도 하고 눈코뜰새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도 빠듯한 것도 사실이다. 달걀로 아무리 바위를 쳐도 깨지지 않을 거라고. 계속 달걀이 깨지면 그 수로 인해 바위가 묻혀질 것이다. 한사람이 지금 당장 무언가를 바꾸어 놓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럴땐 조금씩, 사람들이 모여서 그 형상이 조금씩 달라진다. 무언가 큰 것을 얻기 위해서 더한 것을 내놓아야 하니까.


하여튼 선배의 조언을 가볍게 여기다가 오리털의 품이 그토록 좋았는지, 그것때문에 친한 지인들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고문이란 잔인하다. 나라면 한대 맞고 바로 불어 버릴 것이다. 그전에 바로 불지도. 그렇기때문에 아는 사람이 시대의 아픔을 말하는 그시절에 대학교를 다니시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네요 라고 말했다. 정말 다행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잔인한 칼날에 의해 딴 세상으로 보내야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절망뿐일테니까.  하지만 절망속에서도 꽃 피는 날은 돌아온다고 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웃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하는 부분이 종종 있었다. 어의없는 말들이, 그때의 어이없는 실상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웃어야 할때, 웃을 수 없는 아이러니가 있었다. 쇠파이프로 주고 받는 가운데 정이라곤 쌓일수 없었다. 서로가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고 가족이다. 그 사실이 뼈저리게 아프게 느껴진다. 진짜 두들겨 주어야 하는 상대는 얼굴을 맞댄 너와 나가 아니다.


 태의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진우는 여전히 전의를 상실하지 않은체 세상과 싸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진우는 태의를 넓은 품으로 안아주었다. 나라면 배신한 태의를 태연하게 바라볼 자신이 없을 것 같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것은 수두룩하다. 시간뒤로 숨어 봤자다. 그래도 좋은게 좋은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소리치고 싶다.

 

 

 

 

 

 

<자음과 모음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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