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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개 1~3 세트 - 전3권
강형규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어디선가 그랬다. 책으로 사랑을 배웠다고. 쓸개는 책으로 인생을 배웠다. 쓸개는 지하세계에 살고 있었다. 말 그대로 어두컴컴하고 창문 한칸으로만 빛이 들어오는 지하에 살았다. 그러다가 양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지상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쓸개의 어머니는 연변사람으로 이름은 '김해정'이다. 양아버지가 쓸개의 어머니를 바닷가에서 어찌하다 보니 구해서 인연이 닿았다. 양아버지란 사람은 보통의 아버지는 아니였다. 한마디로 폭력을 밥먹듯이 휘두르는 몹쓸 사람이였다. 김해정에게는 어마마한 금이 있었다. 다만 이 금은 위험한 것이였다. 몇개를 처분해서 식당과 작은 농장을 꾸렸다. 양아버지에게는 딴마음도 있었다. 그런 사람도 세월은 비켜갈 수 없었다. 나이를 먹고 더이상 손을 쓸수도 없을 지경이 되어버렸고 곧 죽었다. 조금이나마 양심이 있는지 어떤지 죽기 직전에 쓸개한테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쓸개가 태어나기 전 엄마의 이야기로 잠깐 거슬러 올라갔다가 쓸개는 금을 처분하기로 한다. 가족관계지만 사실상 남이나 마찬가지인 여동생이랑 함께 서울로 올라간다.
쓸개의 희망에 가득찬 모습이였다. 잠시나마 세상에 대한 기대를 걸어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여동생 말처럼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쓸개는 금은방에서 금을 처분하려고 하다가 (중)세실리아 흥업을 보게 된다. 이 상표가 자꾸만 쓸개의 눈앞에서 맴돈다. 그리고는 뭔가 이상한 느낌에 금은방을 나오고 헤진 가방이 뜯어지려고 한다. 금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금은방에 조폭비슷한 무리가 쫓아오고 경찰까지 쫓아온다. 어쩔수 없이 몸싸움까지 하게 된다. 쓸개는 그동안 지하에서 몸을 단련한 덕분에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금괴에 얽힌 쫓고 쫓기는 이야기. 진실따위는 전혀 중요치 않아 보였다. 누가 400kg이나 되는 금덩이를 손에 넣을수 있는지, 쫓고 쫓기는 접전이 예상된다.
금을 처분하려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아버지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아들은 안중에도 없었고 오로지 금을 찾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었다. 쓸개의 아버지의 젊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목점에서 열심히 일하던 젊은 시절. 세월이 많이 흐르기도 했지만 쓸개의 아버지는 그때의 그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많은 것이 그를 바꾸어 놓았다. 특히나 돈에 대한 욕심에 사로 잡혀 버려서 사람 죽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괴물이 되어버렸다.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그를 보니 소름이 끼쳤다.
아들을 만나자 마자 금을 달라고 외치던 학수의 모습에서 아버지보다는 악귀의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에 잔뜩 굶주린 모습이였다. 그런데 너무나 닮은 아들의 모습에서 자꾸만 자신의 젊은 시절의 모습이 겹쳐져 있었다. 광기에 사로잡혀 버린 눈빛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3권으로 끝이 났다. 어쩌면 새로운 시작으로 다른 이야기가 나와도 좋을 것 같다. 쓸개란 인물의 눈빛이 좋았다. 욕심에 사로잡혀서 미쳐버린 눈빛이 생생해 그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바삐 움직여나가는 판속에서 다행히 현명한 방법으로 세상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얻기 위해서.
<책 사진은 쓸개 1-3권 / 글 그림 강형규/ 출판사 네오카툰>
<자음과 모음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