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세기
캐런 톰슨 워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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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전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점점 시간이 늘어지고 있다. 도대체 지구에 무슨일이 생긴 것일까? 아무생각 없을때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새들은 죽어가고 사람들은 이상해져가고 귀여운 것도 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줄리아는 11살 소녀이다. 이런 일이 생겨도 지구는 바로 '꼴깍'하지 않는다. 때론 이대로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기도 했다. 이런일이 생기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될 줄 알았지만 줄리아는 여전히 학교로 향한다. 아버지는 산부인과 의사로 병원으로 향한다. 어머니도 여전히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들여다보기에는 별일 없는 일상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늘어지듯이 줄리아네집에도 조금씩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보이는 않는 틈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조금씩 벌어진 틈으로 둑도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모든일이 그랬다. 나 하나쯤은 괜찮을꺼라는 생각은 큰 잘못이였다. 할아버지는 핵을 대비하기 위해서 방공호를 지어 놓으셨고 이런일을 대비하여 그곳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셨다. 그런데 실종된 그날, 그날은 줄리아의 생일이였다.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는다.

 

사다리가 쓰러지는 바람에 할아버지는 그날 돌아가셨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알 수 없지만,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죽는 경우도 허다하다. 머리를 다쳐도 모서리에 심하게 다치면 바로 즉사다. 서글프지만 어쩔수 없는 사실이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가슴이 찡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삶의 속도가 달라졌다. 객관적으로 자식보다 아버지를 더 사랑한 엄마에게 세상의 전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엄마의 그런 허망한 표정은 처음이였다. 우리 엄마가 맞을까 싶은게 눈물이 핑 돌았다. 눈은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허공속에 뒤섞여서 공허해 보였다. 여전히 아버지가 곧 돌아올 것 같다. 혼이 빠져나간 육신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지도 모른다. 아버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아버지는 돌아가신게 아닌 건지도 몰랐다. 다른곳으로 가신거다.

 

세상이 언제 망할지도 모르는데 여전히 학교에 다녀야 한다니 정말 따분한 일이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524명의 아이들은 평상시처럼 다녔다. 시간이 점점 늘어지면서 새벽 2시에도 대낮처럼 환했다. 새삼스레 아침에 해를 띄워주고 저녁에 달을 보내주는 자연에 고마웠다. 인간들이 이리저리 들쑤시는데도 멀쩡하게 아침을 깨워주어서 다행이였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게 조만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줄리아의 학교생활은 예전가 달라질것이 없었다. 여전히 세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혼자서 마음을 졸였다. 절친이였던 해나가 동네를 떠나 다시 돌아왔지만 예전의 절친이 아니였다. 모든것이 보이지 않았지만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늘 부지런하고 다정다감했던 아빠에게 애인이 있었다.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했지만 화가나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엄마의 불면증은 점점 심해져서 다크써클이 목까지 내려왔다. 거기에 이상 증후까지 보였다. 이러다가 엄마가 다음날에 못 깨어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다행히 그런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종종 아빠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는데 다행히 아빠는 집으로 돌아왔다. 실비아 선생님은 동네를 떠났지만 함께 갔던 아빠는 집으로 돌아왔다. 세스는 엄마가 병으로 아파서 뾰족해 보였다. 하지만 그만큼 멋졌다. 두사람은 점점 가까워져갔다. 줄리아가 무지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그 행복이 오래가지 않을 것 같아서 불안했다. 점점 지구는 파괴되어 갔고 햇빛에 방사능 지수가 높아서 사람들은 어둠속에서만 지내야 했다. 우울증으로 머리에 총을 싸서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팠더 건 세스가 점점 쇠약해져갔다. 그리고 동네를 떠나 병을 치료하러 간다. 돌아올꺼라고 말했지만 그럴수 없음을 짐작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최고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언제나 문제는 졸졸 따라다니며 우리를 괴롭힐 거지만 미리 걱정한다고 될일은 없다.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어쩔수 없는 일이다.

 

 

<민음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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