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내 가여운 개미
류소영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무덥고 지친 여름이다. 청량음료를 바라볼때만 마음이 눈녹듯이 녹아 내리고 실제로는 몸이 녹아 내릴것만 같다. 지쳐도 입맛은 가실줄 몰라서 다행일까 싶다. 책맛이 싹 가셨다. 두통이 심하고 열이 높아서 책을 가까이 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한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무엇을 먹고 잠은 잘 자는지, 혼자서 안부를 묻곤 한다. 부모님께서는 다행히도 시원한 곳에 계신다니 마음이 놓인다. 그런 와중에 작가 정신 서평단이 되고 책과 깜찍한 열쇠고리를 받았다.

 

 책표지가 어린시절 즐겨먹었던 하드다. 단단해서 하드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시절 나름의 아이스크림 먹는 비법이 있어서 아이스크림을 땅바닥에 떨어뜨려서 울고 있는 또래 아이들을 보면 복잡미묘한 기분이 되곤 했다. "그렇게 먹으니까 떨어지지" 하고 쓸데없이 참견이나 하고 울고 있는 아이는 얼마나 심통이 났을까. 어린시절에 고무줄에 정진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고무줄을 연습했다. 연습해도 안되는게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공부도 아닌 고무줄로, 그리고 공기놀이로.

 

<개미, 내 가여운 개미>도 지금 상태에서는 버거울 줄 알았다. 첫번째 단편 물소리를 읽으면서 금방 읽어 나갔다. 마음이 잔잔해지는 여운이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대상의 부재'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빈자리는 가슴이 쓸쓸해지는 것 같다. 밤하늘에 쏟아져 내릴것만 같은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고 있을때의 가슴 벅찬 느낌을 언제 느껴보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사람들 역시 저 하늘에 빛나는 별이라고 생각한다. 그자리에서 빛을 내는 별들이 자꾸 어디론가 사라져가는 것 같다. '나'와 '너'라는 단어, 그안에 많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생한 감정이 마음에 닿는다. 그를 바라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에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고 있는 그 사람과 사랑하는 동생을 먼저 보낸 그녀의 마음이 느껴졌다. 처절하게 울부짖지 않아도 일상에서 알아가는 잔잔한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게 만든다. 사람들의 여러 감정이 이야기를 통해서 나타난다. 여동생의 몰랐던 모습을 두 사람의 대화로 엿듣는 것은 꽤나 재미있었다. 삶의 소소한 즐거움에서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이 느껴진다.

 

어떤면에서는 덤덤하게 느껴진다. 내면의 감정이 스스럼없이 드러난다. 과거와 현실이 충돌한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를 살아가기 힘들게 붙잡고 있다. 털어 버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들이 부딪혀서 힘들게 한다. 좋지 않았던 일은 잊으려고 노력한다. 재미없게도 어느 순간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불현듯 떠오를때가 있다. 지우려고 해도 지울수 없을때는 그냥 놔두어야 할듯 하다. 책속의 인물들에게 마음이 간다. 아픔은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한다. 열병은 열병으로 치유하듯이, 아픔은 아픔으로 이겨내야 하는가 보다.

 

 

<작가 정신 서평단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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