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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벽난로에 산다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3
애너벨 피처 지음, 김선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평점 :
조금만 읽고 잠들려고 했는데 끝까지 읽어 버렸다. 책을 들기 전까지는 잠이 마구 쏟아지려 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잠을 이기지 못하고 책을 들고서 머리를 떨구고 말았을 것이다. 책이 손에서 툭 떨어져 바닥으로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평상시에 자주 있는 일이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눈물을 꿀꺽 삼키고는 새벽 4시까지 책을 다 읽어 버렸다.
제임스는 10살이 되었다. 5살때 로즈 누나가 폭탄 테러로 죽었다. 제임스에게는 로즈, 재스민 쌍둥이 누나가 있다. 로즈 누나는 죽었지만 아직 벽난로 옆에 산다. 제임스의 10번째 생일날에도 로즈 누나는 제일 먼저 케익을 먹고 있었다. 먹는지 어떤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제임스는 자신의 생일에도 로즈 누나가 먼저인게 화가 날 지경이다.
죽었다는 걸 알지만, 누가 말해도 듣지 못한다는 걸 알지만, 나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 생일이야, 누나 생일이 아니고." (34쪽) 이말에 웃음도 났지만 슬퍼졌다.
딸을 잃은 슬픔으로 아빠와 엄마의 결혼 생활은 파경을 맞게 된다.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는 맨날 술만 마신다. 재스민은 쌍둥이 언니를 잃은 슬픔에 힘들어하고 제임스는 외톨이처럼 보였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온 제임스는 친구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된다. 소냐가 친구가 되어 준다. 소냐는 모슬렘이라서 제임스는 고민하게 된다. 로즈 누나를 죽게 만든 폭탄 테러가 모슬렘때문이라서 아빠는 극단적으로 모슬렘은 다 살인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왠지 제임스는 나쁜짓을 하는 것만 같다. 모슬렘들은 침실에서 폭탄만 만들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쩌면 우리도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다가 끝장 나는게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제임스는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고 구타까지 당한다. 수냐의 보복하는 방법이 매우 마음에 들었지만 수냐 역시 이방인이였기에 본인도 따돌림을 피할 수 없었다. 수냐 때문에 행복했지만 불안한 제임스였다. 영혼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친구를 만나서 다행이였지만 그로 인해서 둘 다 상처 받는 일이 생긴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부딪쳐야 할 일이였고 충분하게 피도 흘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살의 나이에 폭탄 테러로 죽은 로즈만 생각하면 세상을 살기가 너무 힘들 것 같다.
다행이도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빠도 점점 노력하고 있고 재스민도 동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의젓한 누나라서. 제임스는 다시 예전처럼 아빠와 엄마와 누나랑 행복해지고 싶었을 것이다. 함께 투닥거리면서 금방 웃을 수 있기를. 제임스는 키우던 고양이의 죽음을 통해서 로즈 누나의 죽음을 이해하게 된다. 아빠와 엄마를 그리고 재스민 누나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 같다. 갑작스러움, 그리고 폭탄 테러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힙겹게 한다. 그 곳이 아니였더라면, 나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했더라면 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아서 미쳐 버리지 않았을까.
제임스가 용기를 내서 수냐를 지켜줄 수 있어서 기뻤다. 처음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수는 없겠지만, 힘겹게 한발짝 앞으로 내딛었다. 제임스네 가족은 점점 괜찮아질 것이다. 수냐의 말처럼 어른들은 뭘 모른다니까.
네 힘이 내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용기를 주네. (324쪽) 제임스는 노랫말처럼 재스민 누나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 제임스가 어느새 훌쩍 커버린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이책은 북카페 책책책을 읽읍시다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