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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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에 <신참자>를 훈훈하게 읽었다. 아무래도 추리소설의 묘미는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잡아내는 거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살펴보는 것도 꽤나 매력적이였다. 이 책도 비슷한 내용인지 알고 후딱 주문했다. 요즘엔 열심히 책의 내용을 살펴보다가도 때론 비슷한 내용이겠지 하고는 그냥 사버릴때가 있다. 나미야 잡화점은 시간의 흐름이 출렁 거리는 곳이였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연결되어 있다. 처음에는 나미야 잡화점에서 아이들의 장난으로 시작된 고민 상담은 점차 진지해져갔다. <담장은 우유 상자에>는 이야기의 시점이 지금으로 시작된다. 뒤에서 앞으로 나미야 잡화점을 둘러싼 시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편지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진다는 느낌에서 영화 '시월애'가 떠올랐다. 시월애를 떠오르니 가슴이 아련해지는 음악이 생각났다. 그 집앞에 있던 빨간색의 귀여운 우편함도 생각났다. 우리집 앞에도 그런 우편함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런 우편함이 어디서 파는지 그때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시월애 편지지를 사서 친구한테 편지를 쓰면서 꽤나 유치한 글을 썼었던 것 같다. 친구가 내 편지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까 종종 물어보고 싶어질때도 있고, 내가 쓴 편지를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때도 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서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한테 편지를 쓸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감상적인 생각도 들었다. 시간이 빠른것 같지만 더디게 흘러갈때도 있었고 시간이 멈춰있을때도 있었다. 그건 나만의 생각이였겠지만, 사람마다 시간의 흐름은 다른 것 같다. 오늘의 시간이 흐르면 내일이 되고 몇 해전이 되고 과거가 되어 추억이 된다.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다면 그때는 바보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할지라도 많은 시간이 지나면 어스름해지곤 한다. 그래서 당장은 오늘을 살아낼 수 있는 것 같다. 슬렁슬렁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오늘을 보내고 내일이 되어도 좋다.

 

아무래도 인생 상담이란 것은 연륜이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세상을 살아오고 겪었던 시간들의 흐름을 뒤로 하고 이제는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있는 느낌. 그건 역시 편견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많이 겪지 않은 어린 아이가 더 좋은 혜안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더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의 시작은 도둑 3인조가 폐가(나미야 잡화점)를 찾아 숨어들면서 시작된다. 간판마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미야 잡화점은 오래 되었다. 우연하게 편지가 툭 떨어지면서 세 사람은 누군가 있는게 아닐까 하면서 가슴을 조린다. 첫번째 사연은 운동선수로 뛰고 있는 달 토끼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병에 걸렸고 곧 있을 올림픽에 꼭 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 옆에 있어야 할지, 그가 원하고 바라던 대로 올림픽을 위해서 열심히 운동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난처한 일이다. 올림픽을 위해서 열심히 준비해 왔을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은 몇달후에 죽는다. 누군가의 고민들 들어준다는 것은 정말 쉬운일이 아니다. 고민을 털어 놓을때만 있어도 사람들은 덜 아프고 힘들지 모르겠다. 3인조 도둑은 그녀의 편지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 편지가 과거에서 온 것을 깨닫게 된다. 조언을 해주더라도 그걸 받아들일지는 그 사람의 몫이다.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말해준다 해도 상대방이 알지 못한다면 허사이기도 하다.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좀 더 현명하게 대처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때는 청개구리띠가 발동해서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알고 있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니까. 늦게 깨닫고 더디 알아지는 사람에게는 더욱 힘든 일인듯 하다. 이 이야기속 인물들은 나미야 잡화점과 환광원이라는 곳이 이어져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쯤에는 그 두 곳의 사연에 대해서 알게 된다. 사람의 인연이란 것은 어쩌면 우연이란게 없을지도 모른다.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나는 것처럼, 물 흐르듯이 만나지는 게 삶인가 보다. 이왕이면 좋은 인연이 닿아 있다면 좋겠다. 이 세상에 고민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고민없이 행복한 사람이 많이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거리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을 듣자면 책 수십권으로는 모자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책 수십권으로도 모자라겠다고 하셨지만 책을 내면 누가 읽어 주기는 하겠냐며 아버지께서 웃으시면서 말씀 하신다. 그럴때면 어머니는 화를 내시고 아버지는 살포시 밖으로 나가신다. 책으로 쓰면 수십권도 모자라고 이야기 할라치면 몇달을 지세워야 하는게 인생인가 보다. 그때는 먹고 살일이 힘들어서 가족들 굶기지 않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살아오신 아버지, 많은 가족과 친척들의 끼니를 척척 해내셨던 어머니, 지금은 그냥 웃고 마신다. 웃을 수 있는 지금이라서 다행스럽다.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 그러고 어찌 사셨는지 존경스럽기만 하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집을 나가겠다 싶다. 지금은 정말 그리 살라하면 보따리를 싸지도 않고 나가버릴지도 모른다.

 

모든게 끝이라고 생각될때 다시 시작된다고 한다. 끝과 시작은 맞물려 있다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별은 거대한 행성이지만  내려다 보고 있을 어디선가에선 나조차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미미하고 소소하고 하지만 나에게는 거대하고. 지금 이책이라서 훈훈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힘들면 안쓰러워하고 지나친 관심도 있었지만 그런게 사람 사는 정이였다. 남의 집 밥숟갈이 몇개인지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좀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따끈따끈한 호빵처럼 너무 가까이서 쳐다보면 뜨겁지만 적당히 식으면 따뜻하고 속도 든든하고 맛있었다. 지금의 호빵은 어떠한가. 근데 하필이면 호빵에 비유하는 걸까. 지금 배가 고파서 속이 헛헛해서 그런 것이다. 적당한 관심이란 것은 없는게 아닐까. 점점 무서워지는 세상에 관심이 필요한 사람도 많고 이야기를 들어줄 이도 필요하다. 외로움은 관심을 필요로 하지만 때론 그게 싫어질때도 있으니 적당하다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훈훈해서 좋았지만 우습게도 저자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이 먹으니까 감동적인 이야기를 써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라고 물으신다면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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