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 한 줄도 쓰기 어려운 당신에게
임정섭 지음 / 경향BP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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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쓰는 사람들의 글쓰기 비법이라는 말에 귀가 팔랑거린다. 학창시절부터 난독증이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읽는 것이 싫었다. 그래도 만화책을 매우 좋아했던 것을 보면 하얀 종이에 깨알같은 글씨가 빼곡한게 좀 거부감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사용설명서는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나조차도 문학소녀로 만들었던 시간이 있었다. 밤을 꼬박 세우며 읽었던 죄와 벌, 햄릿,파우스트, 대지등등 분명히 더 있을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더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을 강력하게 말하고 싶다) 책을 많이 읽은 친구들은 좀 다른면이 있었다. 지금도 글 잘쓰는 친구들이 아주 조금 부럽다. 내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편지 쓰기를 좋아했었는데 그것이 조금 도움이 된것도 같다. 저녁에 감상에 젖어서 쓴 편지를 아침에 읽고서는 손발이 오그라들뻔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그 편지를 친구에게 보냈다면 사나흘쯤 자지 못해서 몽롱한 상태에서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개츠비는 잠시도 데이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모든 집의 물건들을 데이지의 아름다운 두 눈에 비치는 반응에 따라 재평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134쪽) 글을 마구 쓸때는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껴지지만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아'라는 말로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평생을 잊지 못하게 하는 뭉클한 감정을 끌어내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은 다이어리에 적어 내려갔다. 하루의 일상을 정직하고 식상하게 느끼고 있기에 일기쓰기의 대부분은 밥을 먹고 친구들과의 수다와 잠자기, 그리고 가끔 빵하고 터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였다. 뭔가 터지지 않는 일상에서의 무료함을 잘 달래서 쓰지 못했다. 매일 뜨는 해는 그냥 뜨는 해이고 가족들과 친구들도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학창시절 이후에는 일기를 거의 쓰지 않았지만 모든것에 무관심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절벽에서 뒹굴어 보기라도 했어야 할지도 모르는(절대 그럴일은 없겠지만) 그런 비장한 각오를 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좋은 글을 쓰고 싶었다면 그런것은 필요없는데도 과장이 심하다. 필요할까? 살아남아도 좋은글을 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가 썼던 글쓰기는 돌림노래와 같았다. 좋게 봐주면 새들의 지저귐(사람이 듣기에는 똑같은 소리, 아침에 들으면 짜증이 나서 새들을 확다 어쩌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정도였던 것 같다. 타고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잘해지는게 있다. 이건 비극이다.

 

마구쓰기 매일 10분씩 100일을 하면 달라진다는 말에 이 책을 읽는 날 바로 시작해 보았다. 하지만 하루에 십분이라는 시간은 짧았다. 찰나와 같아서 며칠째 하다가 놓친적도 있다. 그래도 밀린것은 다시 쓰지는 않겠다. 전에 밀린 일기숙제를 했던 것처럼. 그런것은 의미가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언니들이 방학숙제를 많이 도와줬다. 차라리 몇대 맞고 말것인데 개학하기 3일전에 벼락치기로 방학숙제를 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선생님이 "여러분을 믿으니 방학 숙제 검사를 하지 않겠어요." 라는 말을 들으니 밀려오는 배신감이란. "선생님 어떻게 그래요?" 라며 속으로 외치며 울고 싶어졌다. 책을 읽으면서 써내려가는 글쓰기는 점점 재미있어졌다. 글을 많이 쓰지 않았음에도 팔목이 아파왔다. 그런데 하루 온종일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나는 미칠것만 같다. 책상을 뜯어 먹을듯이 앉아서 방석에 엉덩이를 밀어 붙이고. 다만 내 엉덩이는 가벼울 뿐이고. 그래도 글을 잘쓰고 싶다. 최소한 재미는 있었으면 좋겠다. 지루한 글은 읽기가 싫으니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달필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름 시작이 좋다. 첫문장에서 꽉 막혀서 답답해한 적도 많았고 쓰면서도 무슨말을 하는지 모를때도 있지만 이 책이 글쓰는 것을 좋아하게 해주었다. 변덕이 심하므로 언제 그만둘지는 모르겠다. 그때쯤에는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

 

 

<교보 북씨앗으로, 경향 BP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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