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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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읽었다. 저번에 읽은 것도 그렇고 그냥 그랬기 때문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추적하기를 원한다면 이 책이 영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가형사의 인간적인 매력이 저자를 만나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영혼의 안식처' 까지는 아닐지라도 잔잔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이웃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따스함을 느꼈다. 여러편의 단편이 살인사건 이야기를 둘러싸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이어진다. 가가형사는 사건이 일어난 곳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곳에는 여러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잊혀져가는 센베이 과자점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도 이 과자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그 과자가 맞는 것 같다. 김이 붙어 있는 부분이 맛있는데 싼맛에 먹는 것은 김이 생략되어 있다. 왠지 섭섭하다.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보통은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신변조사와 알리바이를 추적한다. 형사는 아닐지라도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어쨋든 단숨에 넘어가서 범인잡기에 주력하는 책과는 달리 이 책속에서는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속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은 곧잘 거짓말을 한다. 습관처럼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가가는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사랑스러운 거짓말을 알아낸다. 어쩌면 아픈것도 아픈거지만 그 병에 대한 공포때문에 사람은 금새 생의 빛을 잃어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셨던 아버지. 혹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셨다. 정확한 것도 아닌데 그 의사는 참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환자에 대한 태도도,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도 말이다. 그날 아버지는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셨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충분히 그럴수 있는 것이다. 건강하시다는 결과를 듣고 나서야 아버지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셨다.

 

고부간의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는 것 같다. 당장에 할머니와 어머니를 뵈도 그렇다. 살다보면 미운정 별별정이 다 든다는데 서로에 대한 미움이랄까 그런 감정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 같다. <사기그릇 가게 며느리>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중에 웃음이 나온다. 고부간의 갈등 사이에 마음이 편치 않은 아들이지만 가가형사 덕분에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일 싸우기만 하는 두사람이였지만 입밖으로 내지 못해서 그렇지 무척이나 서로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끼고 있다는 것을. 이 이야기 속에도 피해자의 이야기가 이어져있다. 이야기들은 다른 것 같지만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범인잡기에 주력하기 보다는 탐문 조사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중점이 맞춰지고 있다. 말하지 않아 서로의 마음을 알아보지 못했던 안타까움도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잔잔하게 풀어내는 것도 저자가 가진 큰 매력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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