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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평점 :
솔직히 그 남자 이름이 '카레'라서 놀랐다고 해야할지 엉뚱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카레를 무지하게 맛없게 만드는 남자 '카레'가 등장한다. 맛없는 카레를 다먹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카레'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한다. 언제 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책이나 만화속에서 요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게 그냥 배가 고파서, 살기 위해서 먹는 음식이 아닌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는 그런 음식이 등장한다. 주인장은 털털하고 소박한 사람이 등장하기도 하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 우리는 배가 고픈가 보다. 하지만 난 맛없는 카레를 다 먹을 순 없을 것 같다. '풍요속에 빈곤'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배는 부르지만 정신은 메말라 있는 것일까? 외로운 마음까지 따스하게 적셔줄 수 있는 그런 것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이야기는 어린시절을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는 미용실을 하셨다고 한다. 사람의 머리카락이 하루에 조금씩 자라듯이 우리의 영혼도 자라고 있다고. 역으로 생각해서 머리카락을 자란다고 해서 영혼이 그만큼 죽는 것은 아니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시길. 그녀가 알게 된 극단 '츠키'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서 조금씩 다가간다. 그 나이때에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카레는 맛이 없지만 마음을 조금씩 열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때론 마음을 비워내고 싶을때가 있다. 다만 그 사람을 다음날 또 볼 자신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휴지통에 휴지가 가득차서 쓰레기통에 넣고 그것으로 '안녕'하고 싶을때가 있다. 책의 차례를 살펴보면 로맨스 소설처럼 느껴진다.
신들은 고양이들을 반드시 7층에서 던진다.
삶이 시작되었다는 걸 알아차릴 때쯤이면 이미 고양이는 호되게 아스팔트에 부딪힌 뒤다. 부러질 곳은 부러지고, 피가 흘러야 할 곳에선 피가 흐르고 있다. (67쪽) 어떤 이는 우리가 미드를 볼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한다. 그만큼 잔인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모양이다. 다만 시체가 산더미는 아닐지라도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감정들이 많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무슨짓을 할지 모르는 무섭고 치명적인 감정을 안고 있지만 괜찮다. 왜냐하면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은 괜찮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여튼 보통의 사람들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우리 살라미 대부분 좋은 살라미일테니까.
라라에겐 절대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 있고, 그 각별한 시간과 공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는 사실도 확실히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받아들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278쪽) 알고 있다고 해서 받아들였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말이 화살처럼 꾹 박힌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래서 힘든 것일 것이다. 그 외에도 몰라도 좋을 진실들이 화살처럼 가슴에 박히는 것. 나이를 먹는 것이 나쁘지 않은 것은 더 많은 것이 이해가 되고 안쓰러워진다. 혼란스럽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