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계단의 앨리스
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 / 손안의책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언니가 헌책방에서 건져 올렸다며 매우 좋아했던 책이다. 언니는 책을 여러번씩 읽는다. 나는 겨우 한번이 끝이다. 이 책도 재미있다면서 다시 읽는 언니를 보며 나도 읽어 보기로 했다. 일상 미스터리 여왕 가노 도모코를 알게 되었다. '아 유리기린의 저자구나.'

 

50대 니키는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탐정사무소를 개업한다. 회사에서 50대 이상, 30년 이상 일한 근무자에게 퇴직하고 사업을 시작하면 1년동안 월급을 지급한다. 니키씨는 바로 딱이라고 생각했다. 에둘러서 좋게 말한거고 50대 이상이 그만 회사를 나가주길 바라는 것이다. 어쨌든 30년동안 열심히 일했다면 니키씨처럼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볼만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 후배가 탐정 사무소 전단지까지 만들어줬다. 어여쁘고 발랄한 소녀 아리사가 전단지를 들고 찾아온다. 사건을 의뢰하기 위해서가 아닌 탐정 보조로써 일하기 위해서였다. 아리사는 얼핏보면 여고생처럼 보이지만 스무한살이라고 한다. 니키는 여자는 겉모습만 봐서는 나이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니키와 아리사가 함께 해결하는 사건들은 사건이라고 하기엔 소소한 일상들이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였다. 잔잔하지만 그안에 사람 사는 냄새가 폴폴 풍겨져서 좋았다. 처음엔 소소한 일이 점점 탐정 사무소스럽게 진행되기도 한다. 다행인것은 사악한 사건은 없었다는 점이다. 탐정 사무소를 연 사람은 니키씨지만 결정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은 아리사다. 똑똑하고 지혜롭고 현명한 소녀다. 때론 어린이 탐정단처럼 개를 찾으러 다니고, 아이 돌봐주기도 대행한다. 이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개를 찾으러 갔던 집에서는 부인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도록 무척이나 애를 쓴 남편을 알 수 있었다. 그 남편은 죽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집에서는 남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모든 생명이나 사물이 정지할 수 없을텐데도 남편은 그랬다. 재미있는 것은 부인은 남편의 죽음은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탐정 사무소의 일상은 평온하다. 일이 없는 나날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우중충할뻔 했던 탐정 사무소를 아리사가 구해냈다. 큰일을 해낸 것이다. 니키와 아리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를 인용하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이야기 요소요소에 앨리스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 동화스럽기도 하지만 유치하거나 빈약하지 않다. 아는 사람에게 의뢰가 들어온다. 천재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였다. 부인이 일주일에 2-3번정도 심부름을 시킨다고 한다. 그 사이에 부인이 무엇을 하는 건지를 조사해 달라고 했다. 이 사건은 자칫 사악한 사건이 될뻔했으니 진상은 그런것이 아니였다. 아무리 천재라도 누군가 그의 재능을 발견해주고 격려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아닐뻔하였으나 그의 부인은 평강공주였다. 그녀가 있어서 그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 였다. 다정다감한 글이 내 마음도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 재치있고 발랄한 글이 마음에 든다. 요즘처럼 누가 죽거나, 악의를 품어 내는 것이 아닌 한편의 에세이를 읽거나 일상의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라서 더 좋았다. 오랜만에 마음의 단비를 만난 기분이였다.

 

사람의 마음도 그래요. 이렇게·····."

아리사는 손을 뻗어 집게손가락과 중지로 극히 가볍게 니키의 가슴을 건드렸다.

" 노크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걸요." (151쪽)

그녀의 말에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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