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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의 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시간은 빨리도 느리게도 흐르지 않는다. 하루를 헤아리고, 1년을 헤아리고, 10년을 헤아리고, 쌓여 온 나름의 추억과 나름의 무의미한 시간을 더하면 내 16년은 역시 에누리 없는 16년에 지나지 않는다. (312쪽) 토모는 오츠타씨와 함께 흰개미 소독일을 하고 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다른집의 방문에서 시작된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흰개미가 있는지 토모가 마루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오츠타씨는 토모의 말을 거들어 주인에게 어필한다. 흰개미는 나무를 좋아한다. 토모는 고등학생이고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오츠타씨와 그의 딸 나오와 함께 살고 있다. 토모의 아버지는 도쿄로 전근을 가셨지만 토모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지 않았다. 토모의 아버지도 아들이 따라오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하는 눈치였다. 이럴바에는 왜 자식을 낳았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오츠타씨의 집에는 나오의 언니가 있었다. 지금은 없다. 불행한 사건이였다. 오츠타씨의 두눈은 푹 꺼져버렸다. 토모는 자신이 나오의 언니를 죽였다고 했다. 토모는 나오의 언니와 닮은 사람을 보게 된다.
우연히도 그 집에 흰개미 소독일을 하러 갔다가 나오 언니와 닮은 사람을 보게 된다. 밤에 몰래 그 집으로 달려간다. 흰개미가 있는지 보러갔던 그 굴을 따라서 불을 켜져있는 방 밑에 다다르게 된다. 삐거덕 거리는 소리,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남자의 거친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리고 바닥은 계속 삐그덕 거린다. 토모는 그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배신감과 묘한 욕망을 느끼게 된다. 그후로도 참을수 없는 감정에 이끌려 그 집으로 달려간다. 삐거덕 거리는 소리가 끝난 후에 그녀는 한없이 소리죽여서 흐느낀다. 어느날 그 집에 불이나 늙은 영감이 죽었다. 그 현장에 토모가 있었다. 그녀는 토모를 보고 '그 사람을 죽여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그녀의 이름은 토모코였다. 중간에 토모가 화자가 되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토모와 토모코를 헷갈려버렸다. 왜 이름을 비슷하게 한걸까. 여기서 저자가 다른 장치를 해놓은 것일까. 토모는 토모코를 사랑하게 된다.
우연한 어떤 사건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으나 나오의 언니가 그때의 사건으로 인해 심한 화상을 입고 몇해 살지 못하고 자살을 했다. 그사고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죽고 싶을 만큼 지독한 고통을 안겨 주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내면적인 욕망이 잘 나타나있다. 다른이의 약점을 지독히도 부여잡고 악랄한 짓을 하는 인간, 더이상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 하는 선의의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이 때론 치명적인 상처가 되버린 이야기, 자신과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는 없으나 상처 받아야 했던 사람들. 사람들의 목소리가 다시 귀에 들어왔다. 그들의 웅성거림은 고통스러운 눈물을 머금은 뱀들의 웅성거림이었다. 그들의 웃음은, 삼킨 채 토해 낼 수 없는 풍경을 잊으려고 하는 웃음이었다. (232쪽) 사람은 어쩌면 고통속에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보아뱀처럼 그 안에 코끼리를 산채로 소화시켜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떤것이 그 사건의 진상이였을까. 다행스러운 것은 토모는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것. 어른이 되면 쉽게 지워버리거나 털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오츠타씨의 희망사항이 아니였을까 싶다.
이책은 북카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 http://cafe.naver.com/readbook.cafe 에서 받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