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은 밀항중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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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코네 호 항해 일정표가 나온다. 이건 뭐 지도에 자유선 그리기도 아니고 무슨 일정이 그리긴지. 요코하마를 출항에서 런던까지 두달을 못 채운 여행일정이라, 나같은 사람은 곰팡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다이스케와 그의 동생 류자부로 이야기가 나온다. 말썽만 부리는 동생 류자부로를 하코네 호에 함류시켜서 여행기를 써 오란다. 형은 잠시 골칫거리를 떨어낼 심산이였다. 저자의 유머가 시작부터 발동했다.
 그런데 이 류자부로가 다이스케와는 전혀 딴판으로 실없고 엉터리 같은 성격의 임자였다. 낳아준 친어머니조차 "아비가 다른 것 같다"라고 한적이 있을 정도라(그 말을 듣고 이이치로는 저도 모르게 터무니없는 의심을 품고 말았으나, 얼굴 생김새는 류자부로와 다이스케가 붕어빵이였다), 머리는 결코 나쁘지 않건만 노력과 근면함이라는 말을 무슨 원수처럼 여길 정도로 게을러 터졌다.(11쪽) 기묘하다 못해 황당 무계한 살인사건이 1930년 7월 10일날 발생한다. 이제부터는 정신을 약간 흐트러트리면서 누가 누군지 구지 알지 못해도 괜찮다. 이 사람 저 사람 나오는 통에 뭐가 뭔지 정신이 사나운 부분이다. 구지 알려들지 않으면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의 매력이라면 한가지 이야기만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여러가지 사건들이 매우 흥미롭게 발생한다. 앞부분에서 정신이 흐트러지더라도 그 인물이 누군지 알 수 있게 설명해 주므로 그때부터 정신을 챙겨주면 된다. 그 살인사건의 범인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코네 호라는 물 위에 떠있는 배안에서 이런저런 사람이 타고 있고 여러가지 사건들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 살인사건은 그냥 시작 단계일뿐이다.

7월의 무더운 날, 하필이면 배를 타고 그 긴 여정을 가는 사람들의 꿍꿍이가 조금 궁금할뿐이다. 필시 꼭 가야만 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여행기를 쓰라고 형의 성화에 못이겨 나갔던 류자부로는 여행기를 쓰러 간것이 아니라 진탕 마시러 갔음이다. 배가 크고 좋더라도 배멀미는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하코네 호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원숭이를 꼭 빼닮은 어디를 가도 미움받을 수 밖에 없는 호화스러운 부인도 타고 있었다. 추리소설에서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꼭 죽던데, 이책에서는 죽지 않는다. 약간 아쉬울 따름이다. 살인사건으로 인해서 하코네 호는 발칵 뒤집히고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배에 타고 있을까봐 불안하다. 저자의 매력중에 하나는 마지막까지 방심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끝나는 순간까지 독자를 놀래켜줄만한 소소한 재미를 남겨두기 때문이다. 중간부분에서 1등선에 탑승하게 된 고양이가 나오게 된다. 그전까지는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모를 고양이이였지만 부유한 부부의 눈에 띄어서 1등선 선실을 버젓이 차지하게 된다. 1등실 액수가 그때 당시 의대 6년 학비정도 된다니, 이 부부가 미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이 고양이가 참으로 신통방통한 이유가 있다. 앞장에서 살해당한 사람의 유령이 나타나서 자꾸만 성가시게 군다. 그래서 고양이가 귀찮아서 살인범도 잡아준다. 이 고양이야말로 1등실 탈만한 정도는 되지 않는지.

두달을 못채우는 기간 동안 뜨끈뜨끈한 7월에 하코네 호에 있었다면 무슨일이든지 벌어지는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제한된 공간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저자의 책은 유쾌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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