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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의 비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감성적일때가 있다. 옷깃이 잔잔이 젖어드는 비처럼 씁쓸함이 나에게 묻어나는것 같은 기분이다. 요즘은 그런비는 내리지 않는다. 장대 같은비나 국지성 폭우가 쏟아진다. 사랑도, 사람의 극적인 감정도 잔잔히 흐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충동적이고 극적으로 치닫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오늘 밤에도 추리소설책에서나 읽었을 법한 사건들이 일어났다고 한다. 자다가 일어나서 현실을 직시하니 갑자기 툭하고 떨어져 버린 듯한 기분이였다. 첫번째, 두번째 이야기는 저자의 매력이 잘 담겨져 있었다. 읽기도 편하고 뭔가 감정을 울렁울렁 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였다. 결혼을 앞두고 파혼당한 여자의 이야기, 우연한 어떤 여자와의 만남으로 인해 그녀는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만남이 우연은 아니였지만 말이다. 생과 죽음을 이어가는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과는 붉은실로 연결되어 있고 저승길 동무는 검은실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의미심장하면서도 안쓰러운 기분이 든다. 세번째에는 본격 미스터리다.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 한번쯤 받아 보았을 것이다. 이상한 신음소리, 받는 이를 짜증을 넘어서 이놈의 자식을 하면서 욕지꺼리가 나오게 만드는 전화 그것에 관련된 이야기다. 가끔 저자의 이런 내용의 책을 읽을때면 약간 생뚱맞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 들때가 있다. 마무리는 훈훈하고 귀엽게 끝나있었다.
평범한 사람이 갑작스러운 일을 닥쳐서 생활이 크게 어긋날때가 있다. 여섯번째 이야기는 그랬다. 우연한 사고로 인해서 순탄했던 인생이 깨져버린 사람의 이야기. 그사람의 이야기가 참 딱했다. 누군가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지만 상황에 밀려 결론적으로는 사람을 죽게 만든 사람. 그로인해 그의 인생은 무참히 무너져내렸다. 그는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에 집착하게 된다. 경찰서 반장을 찾아와서 윽박질렀다가 마무리는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로 끝나면서 돌아서는 그남자. 사람이 살아가면서 매번 즐거운일만 있다면 좋을테지만 그렇지 않다. 평범했던 사람이 순간 울분이 터지면서 울버린처럼 변할 수 있다. 누구나 갑작스럽게 그렇게 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거나 아프거나 짜증스러운 감정들을 훌훌 털어버릴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어떤 주부님은 비싼 접시를 깨신다고 하던데 어디 아프거나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해 인생 자체가 복구 되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다. 악마의 속삭임일까, 평상시에는 가정적이고 인상 좋은 그 사람이 갑작스럽게 돌변해 버린 이유는 참 가슴 아픈일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마지막 이야기도 약간 생뚱맞다. 저자의 상상력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어떨때는 이세상의 모든 소음이 잠시일지라도 멈춰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