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코 서점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치코 라는 헌책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단편의 이야기다. <수국이 필 무렵>은 처음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였는데 아쉬운점이 많았다. 거의 반백수인 이 남자는 연상의 여인과 동거 중이였다. 사치코 서점이 있는 곳으로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 동네 라면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이였다. 그는 궁금증이 많아서 이리저리 알아보고 다녔다. 라면집에 젊은 남자가 반팔을 입고서는 이층을 바라본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도 매우 의심스럽게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눈에는 이 젊은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 감이 딱 온다. 그에게만 보이는 젊은 남자는 라면집 사장으로 며칠전에 상해당한 사람이였다. 그리고 몸이 편치 않은 딸과 부인을 남겨두고 갑작스럽게 살해당한것이다. 자신이 지켜줘야 한다며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젊은 남자가 살해당한 사람이라는 암시가 좀 약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야기해줬지만, 처음의 이야기를 읽을때는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잘 모르겠다는

사치코 책방과 그 주인이 여러 단편속에서 꼭 등장한다. 구체적으로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끌고 갔더라면, 수국이 필 무렵의 이야기가 어설프게 이야기를 끌고 있어서 좀 아쉬웠다. 사치코 서점이 있는 동네에는 은근히 귀신이 자주 나타나는 모양이다. 웃긴 귀신 아니고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귀신들이다. 이 책의 단편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여름날의 낙서>, <사랑의 책갈피>였다. <여름날의 낙서>는 가슴이 시린 이야기였다. 허약한 소년이였던 동생은 골목대장에 똑똑한 형을 무지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부터 전봇대에 동생에 관련된 이상한 말이 붙어 있는 것이였다. 그말이 암시하는 것은 동생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었다. 언제까지고 아픈 동생을 지켜줄것만 같았던 형은 그 아이를 어떻게서든 잡아서 혼내주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아이는 잡지 못하고 이야기는 씁쓸하게 끝이난다. <사랑의 책갈피>는 책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러브레터 이야기였다. 역시 그 러브레터를 나눈 장소는 사치코 서점이다. 사치코 서점이라고 해서 아리따운 여자가 주인장일줄 알았는데 연로하신 할아버지가 인상은 좀 험하게 생겼지만 마음씨는 따뜻하다는 뭐 그렇다. 자신의 이상형인 남자가 그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책을 읽기 위해서 서점에 자주 들른다는 이야기를 주인장을 통해 듣는다. 그리하여 책꽃이에다가 간략하게 몇줄씩 적어가며 편지를 주고 받는다. 지금의 시대와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요즘에야 금방, 뚝딱, 여러말을 주고 받고 끝내기도 빨리 끝내겠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이어지는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는 여자의 마음에 대해서 나온다.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남자를 사랑해서, 그것이 여자의 마음인가. 왜 이런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지, 그를 떠나지 못하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 남자가 죽었지만 그녀는 그사람을 잊지 못해서 미친사람이 된 듯 보인다. 딸을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그녀의 친구는 생각한다. 그녀가 어떻게 된다면 자신이 딸을 잘 키워줄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상황은 불행하게 흐른다. 그녀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것이다. 처음의 시작에서 중간까지는 괜찮았는데 마지막이 좀 흐지부지한 느낌이라서 이 이야기도 잘 나가다가 좀 그랬다. 그 다음부터는 아리쏭쏭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다음편을 읽다보면 단편이 좀 재미없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편의 이야기가 많은 위안을 준다. (생각보다 잔잔하지만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에는 사치코 서점의 주인도 멀리 떠나기전에 부인의 전령을 받는 마무리짓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가 몇편을 빼고는 방황하는 느낌이 든다. 귀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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