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평범한 일상을 즐기면서 부인과 사랑스러운 딸을 바라보면서. 그랬는데 그런 그가 지금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다. 그럴려고 그랬던 것은 아니다. 누구는 마음먹고 토끼같은 자식 가슴에 상처주고 여우 같은 마누라의 가슴에 피눈물 흘리게 하려고 했을까.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겠지. 우연하게 회사에 들어온 임시직 여직원이였던 아키하와 나는 눈이 맞았다. 계기도 자연스러웠다. 그 선을 넘기지 않았더라면 그냥 직장 상사로써 괜찮은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이 마흔이 가까워진 결혼한 남자는 이제 남자도 아닌 아저씨란다. 친구의 말에 웃고 말았지만 왠지 서글픔이 느껴졌다.(남자만 그런가 여자도 무생물이라는데) 사랑해서 결혼한 남녀가 시간이 지나면 이제 이성이 아닌 동성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편안한게 마냥 좋기만한 것은 아닐것이다. 그는 자신이 바람 핀다는 사실을 부인이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사람아 여자들이 얼마나 예리한지 모르는구만.' 그는 아키하를 만나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다. 그의 부인과도 전에 느꼈을 감정이다. 그 소중함을 잊고 있을 뿐이지만. 우리 머릿속의 지우개는 괴로운 감정도 잊게 만들지만, 때로는 두근 거리는 설레임도 사라지게 만든다.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괜찮을꺼라고 악마의 속삭임이 강하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였을지라도 그 바람의 소용돌이속에 있을때는 그렇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니까. 그는 아키하를 알아가면 갈수록 좋아진다. '이사람아 사귀는 것과 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부인과 이혼하고 아키하와 결혼한다고 해도 또 다시 같은 생활은 이어지고 권태기는 올 것이다. 다만 그는 그동안 가정에 충실하고 바람은 경멸해왔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빠지면 더 무섭다는. 아키하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아버지의 비서이자 애인이 살해 당한 사건이다. 이제 공소시효가 며칠있으면 끝나간다. 사건을 조사하고 다니는 형사와 살해당한 여인의 여동생이 아키하 주변을 맴돌고 있다. 그녀가 살해당하던 시각 그 집에는 그녀와 아키하 두 사람만이 집에 있었다. 증거는 없고 범인은 잡지 못한채 공소시효는 다가오고 있었다. 형사와 그녀의 동생은 아키하가 범인이라고 심적으로는 생각했지만 물증이 없어서 주변만 맴돌고 있었다. 아키하가 자주 가는 바는 이모가 운영중이고 아버지와는 사이가 좋지 않아서 어쩌다가 한번씩 얼굴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의 애인이 죽기 6개월전에 아키하의 엄마가 자살하고 애인이 살해당하고 복잡했다. 분명히 무슨 내막이 있었다. 앞장에서는 그와 아키하의 이야기, 그리고 부인에게 미안해하면서도 그녀에게 끌려하는 이야기, 그리고 살해사건에 대해서는 조금씩 실마리를 풀어 주고 있었다. 바람에 연을 날리기 위해서 실패를 조금씩 풀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진실은 잔혹하다. 때로는 모르는게 약인것처럼 말이다. 아키하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런 경우에는 누구를 법정에 세워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아키하는 진실에 침묵하고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