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년 - 박형근 장편 소설, 제5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작
박형근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기억나? 정말 이런 것들이 나오면 완벽한 유토피아가 될 줄 알았지. 공해 없이 달리는 전기자동차가 나오는 세상은 완벽했어. 그런데 전기자동차가 돌아다니고, 액자보다 얇은 TV를 보고, 빌어먹을 영상통화 휴대폰을 쓰는데도 세상은 달라진 게 없잖아." 호제가 말한다. (61쪽) 정말 그렇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런 세상이 와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영화 <제 5원소>처럼 될까봐, 혹은 <투모로우>처럼 될까봐 두렵다. 정말 미래의 세상은 크게 달라지는 줄 알았다. 아마도 세상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책속의 나는 세상이 잠들어 있을 새벽에 알바를 뛴다. 뛰지만 발로 뛰는 것은 아니고 손가락으로 미친듯이 클릭질을 한다. 세상의 모든 뉴스를 올리고 있다. 세상사도 순위가 있듯이 뉴스에도 순위가 매겨진다. 나의 유일한 행복은 새벽 4시에 3분동안 기사 링크를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이 재미를 깨뜨리는 팬이 나타난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짤리는 것은 시간차 공격. 그리고 호제와의 만남. 나는 잘나가는 여자친구도 있다. 무결점 미모를 가졌고 몸매도 그러하다.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밥먹듯이 가고 클래식을 즐기는 멋들어지는 여자친구. 네모틀에 자신을 구겨넣는 그녀를 볼때면 정말 행복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인터넷에 뜬 '무결점' 미모란 말을 정말 누군가는 믿는걸까. TV에 나오는 사람들 치고 꽃미남 꽃미녀가 아닌 사람은 없다. 꽃미남 그룹, 꽃미녀 그룹, 국민학교 시절의 옷에 달았던 명찰같은 느낌이 든다. 몸짱, 얼짱, 동안이라는 말이 멀쩡하게 밥숟가락 뜨던 누군가를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는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도 아닌데 하나같이 비슷해지라니, 누구 얼굴과 몸매에 맞추어야 하는 걸까. 뭐니뭐니 해도 레고가 최고지. 무엇으로도 변신 가능하니까.

이 책은 재미있고 우습고 자지러지게 웃다가 자칫 잘못하면 죽을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라는 국어책의 한 질문이 떠올랐다. '21세기는 우릴 배신했다.' 라는 문구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우린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어느 시대든 똑같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이책은 북카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 http://cafe.naver.com/readbook.cafe 에서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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