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는 모든 어둠에서 괴물의 모습을 찾아낸다

누군가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평범하고 자상한 남편이고 좋은 아빠인 스기무라. 그는 어떤 동네를 서성이고 있다. 탐정은 아니였지만 활약하고 있었다. 잔잔하게 이야기는 흐르고 있었지만 점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였다. 스기무라 부인의 아버지는 회장님이시다. 스기무라는 회장님 앞에 서면 자기는 스물스물 퍼져버린 오징어가 되버린다. 홍보실에서 사내보를 만드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손오공처럼 부처님 손바닥에 떡하니 앉아 있는 경우다. 그렇다고 이런저런 상황에 대해서 스기무라씨는 덤덤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인다.
결혼한 지 칠 년. 나는 늘 내 컵을 소중하게 다루어 왔다. 작기는 하지만 전혀 없는 것보다는 낫다. 자주 뒤집어 안에 든 것을 쏟아 버리는 컵이라도 손바닥으로 긷는 것보다는 낫다. (13쪽)

그러다 회장님의 개인 운전기사가 사고사로 죽게 되고 그 사건을 계기로 탐정이 되어 가고 있다. 자전거에 치이셨는데 친 범인은 도망가고 운전기사분은 돌아가셨다. 경찰이 조사는 하겠지만 워낙 업무가 바빠서 조사가 늦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 분에게는 딸이 둘 있었는데 그 중 둘째 딸이 아버지의 자서전을 써서라도 범인을 잡아볼 심산이였다. 그리하여 회장님의 지시하에 스기무라씨는 조사에 착수하게 되었다. 첫째딸 사토미, 둘째달 리코이다. 두 사람은 나이차도 제법 나고 성격도 판이하게 달랐다. 첫째딸 사토미가 어렵게 입을 떼어 자신의 아픈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린시절 유괴를 당했다고 한다. 충격이 커서 그때 그일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자신을 유괴한 그 여자의 얼굴도 몰랐다. 부모님은 그녀에게는 좀 냉담했던 것 같다. 둘째 딸에게는 무지 잘해주었다고 한다. 사토미의 말에 의하면 리코는 샛별이였다고 한다. 과거는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의미였던 모양이였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 다만 더 아프고 덜 아픈 손가락만 있을 뿐.

그런데 뭔가 석연치 않다. 사토미의 이야기에는 무언가가 빠진 것 같다. 사토미가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알리고 싶지 않는 과거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사토미는 리코가 그런 사실을 알게 될까봐 두려워 하는 눈치였다. 아직은 매우 밝게 시작하고 있지만 점점 기운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전거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괜찮은지 의문이 들었다.

어린아이는 모든 어둠에서 괴물의 모습을 찾아낸다.(207쪽) 그러니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어른은 무심히 지나쳐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잔잔하게 이야기는 흐르지만 그것이 놓고 싶지 않은 호기심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