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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이름 1 ㅣ 왕 암살자 연대기 시리즈 1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책 표지에 나온 이 사람이 주인공 코우트이다. 지금은 웨이스톤 여관의 주인인 코우트가 책의 주인공이다. 코트라고 하면 왠지 '오바코트'느낌이라서 코우트라고 지었나 하는 실없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알겠지만, 그는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그의 이름은 '크보스'이다. 가장 행복했던 추억과 끔찍한 고통이 공존하는 그 이름.
이야기 속에서는 흔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단히 드문 완벽한 가을날이었다. 사냥용 활을 소지한 군인 출신의 남자 여섯이 행인을 둘러싸고 가진 것을 몽땅 털어 가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인 것이다. (38쪽) 이 글을 읽으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완벽한 가을날이 문제였던 것일까? 연대기 작가와 강도의 실랑이는 제법 신사적이였다. 강도는 연대기 작가의 망토를 챙기면서 자신의 허름한 망토를 두고 가는 심한 배려심을 보여 주었다. 코우트는 여관을 운영하면서 제자도 양성중이였는데 그의 이름은 배스트였다. 이름에 얽힌 사연이 있다면 '배스트는 안에 입고 그 위에 코우트를 입으면 추운 겨울에 끄떡없다' 는 허무한 유머.
그 당시는 매우 흉흉한 시절이라서 자칫하면 강도 당하고 재수없으면 죽고 사람들은 먹고 살기 팍팍하고 그런가 보다. 연대기 작가는 처세술에 능해 보여서 적당히 털려 주고 그들이 떠난 후 적당히 지갑을 채워 주며 길을 떠났다. 하지만 갈길은 산을 넘고 넘어야 하기에 말이 꼭 필요했으나 구하지 못하고 너덜너덜한 다리를 추스려가며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코우트를 만나게 된다. 최악의 상황에서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 대형거미가 등장하고 발에 카터가 달렸고 '스크레얼'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거미가 어찌나 행동이 빠르던지 연대기 작가는 이미 뒤로 넘어갔고 코우트 혼자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싸운다. 아시다시피 주인공 옆에만 잘 붙어 있으면 죽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점. (감독이 너무 야박하지 않다는 전제하에서) 연대기 작가는 처세술이 뛰어나기에 잘 알고 있었던 것이였다. 연대기 작가의 몸에 들러 붙은 왕거미 떼주기 위해서 불가피 하게 갈비뼈 두개가 나가는 최소한의 부상이였다. 숨쉴때마다 아프다는 갈비뼈인데, 나중에는 웃기도 하는 연대기 작가이다.
연대기 작가(이것 자체만으로도 웃기다)는 코우트를 알아 본다. 그가 크보스라는 것을. 강렬한 빨간 머리, 그의 특징으로. 연대기 작가는 그토록 궁금해 했던 크보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연대기 작가는 코웃음 치면서 보통 이틀이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코우트(크보스)는 나흘이 필요하다고 한다. 급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연대기 작가는 여관에 남아서 코우트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파야지 어쩔 수 없잖아.' 그의 기나긴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체적으로 그렇듯이 처음엔 매우 희망적으로 그러다가 팍 고꾸라지는 형상으로 이야기는 달리고 있다. 어찌하였든 그 과정은 통과하고 15살의 나이에 대학에 들어서려는 코우트. 그의 앞날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어린시절 겪었던 비통함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일이 벌어진다니 험난한 그의 인생이 눈에 확 스쳐지나가는 것 같다. 어떻게 지나갈지는 책을 읽어 봐야지 알겠지만, 신비술사 크보스의 기나긴 여정이 기대된다. 오랜만에 읽는 판타지 쭈욱 당기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