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픔 -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보지 못한 이들에게
이기웅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어설픈게 좋은점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바쁜 와중에도 우리가 빠지지 않고 하는 운동이 있으니 바로 '숨쉬기'이다. 자신이 현재 숨을 쉬고 있는지 어떤지에 대해서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면 잠시 모든것을 멈추어 보자. 자동차가 도로를 질주할때 아무리 빨리 가고 싶어도 빨간 신호등 앞에서는 멈추어야 한다. 이리 빼고 저리 빼봐도 조금도 빨리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운전자를 볼때면 '그런다고 빨리 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조급증이 심하다. 성격이 급하면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는것도 놀아본 사람이 논다고, 평생을 일만 해오신 분들은 잠시라도 가만히 있는 것을 참지 못하신다. 그럴때면 주변사람이 더 불안함을 느낀다.

꽁지에 불붙은듯이 살아왔는데 정작 인생무상이 밀려오고, 내가 그동안 뭘 하면서 살아왔는지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토록 열심히 살아왔건만, 무엇이 문제인가. 자신을 돌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왔기에 주변의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자신을 사랑할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어리버리해 보이는 한의사 아저씨는 사람들의 마음의 병을 치유해 준다. 사람이 몸이 아픈건 마음에서 오는 병이 크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청소년기, 어른이 되어도 사람은  불완전하다. 원래 불안전한것이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길이 아닐런지. 이 어설퍼 보이는 아저씨는 환자들로 하여금 누구에게도 털어 놓지 못했던 상처들을 끄집어 내게 만든다. 사람을 방심하게 만들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속 이야기를 하게 만들고 눈물나게 만든다. 이상한 음악을 틀어주고 여행을 가자며 환자를 태우고 어디론가 간다. 어떤분이 "그는 참 못생겼다. 그래서 다행이다. 함께 여행을 가도 남편이 걱정을 하지 않는다." 라며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미소가 지어진다.

"조금 어설퍼지세요. 그러면 마음이 쉬어집니다." 라고 말하는 한의사 아저씨. 그런 아저씨가 더 어설퍼 보인다. 긴장하고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낙오되고 그렇게 살아오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져 있다. 사람은 마음속의 상처 한가지쯤은 갖고 있다. (엄청나게 많이 갖고 계신분들도 있고) 그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그녀석이 보복을 해올지 모른다. 잊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의 두뇌는 참 오묘해서 언제 반기를 들고 괴롭힐지 모른다. 맨홀뚜껑 덮듯이, 혹은 묻어 버렸다고 생각했을지라도 그런건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더 자신을 아프게 할 뿐이다. 어쩌면 매순간이 아픈 기억으로 고통스러울수도 있다.


사람을 무장해제 시킬수 있는 힘이 한의사 아저씨에게 있다. 늘 웃고 있을것만 같고 푸근한 인상이 아늑하게 느껴진다. 아파서 병원에 가지만, 병원의 문턱은 높게만 느껴진다. 병원은 불안하고 우울한 느낌이다. 의사는 대체적으로 무표정하고(매번 아픈 환자들을 만날때마다 감정적이라면 그것도 무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간단히 진단하고 알수 없는 지렁이 글씨로 처방전을 써주곤 했다. 자주 들르는 곳의 한의원 원장님은 오래전부터 뵈었다. 그분은 늘 반갑게 맞아 주신다. 걱정해주시고 안부를 물어 주시는 원장님을 뵐때면 힘이 뿔끈 솟는다. 원장님은 아실까? 포청천을 닮으셨다. 공명정대하시고 푸근한 웃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신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아니 우리는 무엇때문에 사는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거 아닌가?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 혹은 무언가를 쌓기 위해서 사는 것일까? 그것도 좋지만, 물질적인 것은 마음의 풍요를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옛 성인들이 마음을 살찌워야 한다고 하셨나 보다. 그런데 요즘은 몸만 살찌고 있어서 정말 큰일이다. 의사의 다정스러운 한마디가 환자를 덜 아프게 하고 편안하게 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현대인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음의 병이 심각하다. 서양에서는 정신과 상담이 자연스럽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미친사람' 취급이다. 몸이 아픈게 아니라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은데 말이다. 누구라도 속마음을 털어 놓을수 있는, 그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삶이 행복하고 건강할 것이다. 마음의 병이 깊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사포리로 발걸음을 돌려보시면 어떨런지.

인생을 꽉 차게 살고 싶다면 온 존재를 걸어야 합니다. 사람을 만나고, 풍경을 만나고, 일을 하고, 음악을 들을 때도 모든 것을 다 건다면 매순간이 감동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그럴 수 있다면, 이 삶은 점점 더 황홀해지지 않을까요?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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