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책 표지가 낙서처럼, 친근감이 들었다. 왠지 조금만 더 까맸다면 전에 쓰던 깜지를 떠올리게 해서였다. 그리고 <생각이 나서>의 제목에 붙인 라벨지의 익숙함과 함께. 책을 주르륵 훑을때의 나는 컬러의 냄새가 코끝을 지독히도 시럽게 그리고 간지럽게 만든다. 옆에서 책을 넘기는 것도 짜증스럽게 '살살 넘겨'라며 겨울의 추위로 인해 옆사람을 째리게 된다. 가끔은 끄적임의 미학을 깨닫곤 한다. 미학은 왠지 모르게 거룩한 감동과 멋짐을 선사한다. 그것이 뭔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누군가의 다이어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다듬어지고 멋들어진 사진과 이야기들, 그리고 책 이야기가 빼곡히 혹은 술렁이게 담겨있다.
가볍게 스르륵 넘기다가 보아도 좋고, 저자가 보여주고 싶은 면을 따라서 나가는 것도 괜찮았다. 내 느낌이지만 저자를 조금씩 드러낼때마다,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었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내 모습의 일부를, 어떨때는 완전 '나 배째' 하는 식의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그런 사람은 나중에 보기가 거북하다. 누군가를 너무 잘안다는 것은 '너무"라는 말처럼 부정적인 관계가 되어버리고 만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데 상대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난 만나기가 점점 꺼려지게 되기 때문이다. 잘안다는 것보다는 적당하게 아는것이 좋다. 대답 없음도 대답이라는 말이 마음에 쏙 들었다. 누군가를 위로할때 좋은 말을 많이 해야하는 줄 알았다. 왠지 근거 있고 타당하고 설득하기도 싶고 어쨌든 하늘의 떠있는 별처럼 반짝이면서 희망을 주는 말을. 그냥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까. 말은 때론 굉장히 불필요할때가 있다는 것도.
나는 조금 무거운 편이 좋다
조금 더 힘이 드는 편이 좋다
너무 쉽게 오는 봄을 믿을 수 없는 것처럼
너무 쉽게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을 믿을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해도
어렵다
당신도 나도
이렇게 (142쪽)
이런 면들때문에 에세이 스러운 책을 좋아하나 보다. 읽을때만 느끼는 기분이지만, 따로 골라서 읽는편도 아니면서 아무 생각없이 이런말을 하다니. 생각이 많은 것도 없는 것도 문제다. 세상의 많은 말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쁘고 좋은말이 많은데 그것을 묵과하고 그 외적인 단어들이 자주 세상을 돌아다닌다. 강하고 톡하고 튀어서 좋은걸까. 아니면 왠지 센척하는 느낌이 들어서 일까. 자신의 입에서 하는 말을 자신의 귀가 제일 처음 듣는다는 말이 화살처럼 날아와서 내 심장에 꽂혔다. 종종 욕좀하고 생긴건 아닌데 '너 욕 좀 하는구나.' 이런 말은 또 듣기 싫어서 남들 앞에서는 자중하고 있었지만, 종종 욕 나오는 세상이다. 종종이 아니라 어쩌면 매일일지도. 좋은 글, 좋은 말 많이 듣고 나 자신도 세상의 때를 좀 씻겨 내야겠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전에 이태리 타올을 여러개 장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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