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미도리의 책장 5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저자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책이였다. 범죄자들은 무섭지만, 가끔은 모든 이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하고 어이없는 실수로 경찰들에게 붙들려가는 그런 경우가 있다. 강도가 편의점에 흰봉지를 쓰고 들어왔다가 숨이 막혀 편의점 알바생이 구급차를 불러줬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등 이 책속에서는 다이도지라는 전직 형사가 출판사에서 일하는 친구의 의례로 책을 내게 되는데 그 책으로 하여금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이다. 어쩌면 다이도지는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에피소드라 하기엔 다소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 책에서는 얼간이 범죄자들의 죄상이라고 하기도 민망할정도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도대체 그럴꺼면 왜 일을 저지르는 건지 이해할 수 없고 다만 어이없는 웃음이 나올 뿐이였다.

 

얼떨결에 눈을 떠보니 그렇게 되어 있었다고 할 정도로 다이도지가 형사가 된 이유는 그러하였다. 형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하지만 아버지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다이도지의 예리함과 민첩함은 형사로써의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 출판 사인회가 끝나고 차를 타려고 하는 순간 그때부터 목숨의 위협을 받게 된다. 온데간데 없이 무턱대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으며 범인을 잡으라는 범죄자의 이야기, 자신의 목을 칼끝으로 위협하는데.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였다. 지금은 작가지만 전직 형사 출신인 다이도지가 그깟일에 겁은 좀 먹었지만, 무사히 처리한다. 우습게도 괜시리 그런 책을 낸 덕분에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죽을뻔하니 참 아이러니 하다. 작가로써 연명할 수 있도록 자꾸만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것인지 출판사 친구는 이야기를 모아서 책을 써보라고 한다.

 

단편처럼 이야기가 하나하나 완성도를 보이며, 다이도지를 중심으로 이어간다. 특히 '죽여도 안 죽어'가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가 다이도지에게 날아온다. 즉 이 원고를 읽어 보고 수정을 해달란다. 그리고 좋게 말하지만 협박성 멘트까지 날린다. 완전 범죄를 꿈꾸는 것 같은데 내용이 얼토당토 않다. 다이도지는 그래서 여러가지 방법들을 알려주고 차라리 완전범죄 따위는 꿈도 꾸지 말라고 충고를 해준다. 그런데 그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난다. 형사의 직감은 매우 무섭다. 다이도지는 바로 그 원고와 같은 사건임을 알게 된다. 범인은 매우 당돌한 녀석이였다. 그리고 다이도지를 죽이려고 했지만, 다이도지의 멋진 한마디. "죽여도 안 죽어줘서 미안하군" 이였다. 저자의 유머스러움이 역시 책 차례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이 책에서도 저자의 유머는 차례차례 빛을 발한다. 어리석지만 인간적인 느낌이 드는 범죄자였다.  범죄자라 할지라도 이런류라면 경찰들도 덜 힘들것이다. 그들은 계획적이지도 않고 사악하지 않고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마지막 대사는 다이도지의 아픔이 느껴졌다. 자신의 부인이 몇해전에 죽었는데 단순한 사고가 아니였다. 다이도지는 부인의 복수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약속은 지킵니다, 고이즈미 씨. 제가 먼저 복수 상대를 찾아내지 않겠습니다. 눈앞에 나타나더라도 제 손으로 단죄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쪽에서 제 앞에 나타나 심판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 그럼 이야기는 다릅니다만." (285) 그의 말에 씁쓸함을 느꼈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망하는 길이라고 말하지만, 복수에 눈물지어 보지 않는 사람이 어찌 복수를 알 수 있고,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죽이게 만든 장본인에게 '용서'라는 말을 감히 사용할 수 있겠는가? 도인도 아니고 하느님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말이다. 형사라는 직업이 입에 풀칠이나 하자고 덤벼들기에는 참으로 위태롭고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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