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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조절구역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장점숙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생각했던 만큼, 그 이상 책속의 내용은 오싹했다. 책의 제목만큼 인정사정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중앙인구조절기구(CJCK, 후생 노동성 직속조직)의 담당 공무원이 '내일부터'라고 선고했어."(16) 미야와키초 5초메 구역에서도 이제 시작된 것이다. 70세 이상의 노인들이 한달동안 서로를 죽이고 단 한사람만 살아 남아야 한다. 두 사람 이상 살아남으면 다 처형되고 만다. 그외의 사람들을 죽이면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다른이는 사살하면 안된다. 오로지 노인들만 서로 살아가기 위해서 죽이고 죽여 나가야만 했다. 책표지부터 섬뜩했다. 담쟁이 덩굴 영감인 구이치로와 그를 도와 싸울 가나시키초 2초메 지구 생존자 사루타니가 힘을 합세했다. 어떤 지구는 이틀만에 끝난 곳도 있었다. 정말 치열한 싸움이 되었다. 이런 내용을 읽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우울해질 수 있었으나, 저자는 사람들의 죽음을 때론 코믹하게 풍자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웃어도 웃을수만은 없는 씁쓸한 죽음이였다. 어떤 할머니는 자신을 죽이러 온 사람에게 잘 좀 죽여 보라며 가슴을 그으라고 했는데 배를 긋고 목을 그으라고 했는데 어째 턱을 긋냐며 아프다고 나무란 내용을 읽으며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할머니의 사투리가 심각한 상황을 웃음으로 마무리 해주었다. 어떤 영감님은 이 베틀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을 죽이는, 빨간 강렬한 피가 주는 감명이라고 해야할까? 짜릿함이라고 할까?
역시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본성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정말 치열하고 피냄새가 지독히도 풍겨져 오는 것이 느껴졌다. 한적하고 행복해야 할 동네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었다.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죽는 방법도 죽이는 방법도 여러가지 였다. 소총 하나 구하기도 실로 어려웠다. 돈이 많다면 모를까, 소총값은 고공행진 중이였다. 2년전 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실버 베틀'이 시행되고 있었다. 노인들을 사살해서 꺼져가는 국민연금제도를 유지시키고 저출산 추세를 상대적으로 해소시키기 위함이였다. '노인' 자체가 살아있으면 안될 불필요한 존재가 되고 만것이다. 누구나 '응아' 하고 벌거숭이로 태어나서 나이를 먹고 점점 늙어가게 된다. 나이를 많이 먹고 쇠약해졌다는 것이 그것만으로도 '죄'가 된다니. 정말 무서운 일이다. 누구나 죽듯이 나이를 먹는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의 내용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정말 이런일이 생길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노인이 아니더라도 자연을 파괴하는 제 1주범은 사람 일테니까 말이다. 환경 파괴가 극한으로 치닫는다면 지구상에서 무슨일이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과 떠나서 경제 문제나 사회 문제를 특정층에게 떠맡기고 그들을 불필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회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노인들이 서야 할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게 사실이다. 베틀이 끝나고 나서 최후의 1인자는 살아 있어도 무지 씁쓸할 것 같다. 마지막까지 최악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