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경비가 얼마나 허술한지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세사람은 모의를 했다. ’대답은 필요 없어’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남자친구에게 자신은 그림자처럼 그에게 모든것을 맞춰주는 여자 따위 이제 더이상 매력없다는 충격적인 말과 함께. 그녀는 자살을 하려했다. 그러다가 모리나가 부부를 만나게 된다. 죽는것보다 더 나은일, 어쩌면 사람들에게도 매우 좋은일을 하기 위해서 세사람은 일을 꾸미게 되었다. 그녀에게 경찰이 찾아오고, 모든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녀는 살아 있어서 좋았고 세사람의 계획은 완전범죄로 끝낼수 있었다. 형사 역시 자신의 의문점을 풀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세상에는 이런 경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명하고도 지혜롭게 그것을 알릴 방법이 이 세상에 존재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세상과 맞물려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그러하지만,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말없이 있어줘’라는 제목처럼 이 책속의 단편들은 제목과 이야기가 잘 어울러진다. 그 이야기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맛이기도 했다. 회사에서 과장이 남녀차별적인 이야기를 꺼내든 순간 사토미는 참을수 없을만큼 화가 치밀어 욕을 한바탕 해주고 나와 버렸다. 과장이 심했지만, 자신도 심했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참에 그만둬 버리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걷고 있는 순간 자동차 사고의 목격자가 되어 버렸다. "저 여자야, 드디어 찾았다." 는 알수없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도는 것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느껴졌다. 사토미는 자신도 알지 못한체 그 사건의 진상을 맴돌게 된다. 결국 모든것을 알고 다시금 입안에 씁쓸한 맛을 느껴야 했다. 인생을 다 안다고 하는것은 자만감이다. 알고 싶어도 모르는것이 도움이 될때도 많을것이다. ’들리세요’에서는 두 부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두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이였지만, 서로가 함께 있는것이 고통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것이 가장 좋은 최상의 상태일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타인이 입밖으로 말하는 진심과 마음속으로 들키지 않는 진심의 차이를 구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는거다. 가까운 가족 사이라고 할지라도, 아마도 말로는 함께하자고 할지라도 속 마음은 좀 다를꺼라 생각하고 있더라도 그 진심을 듣게 되는 순간에는 심장이 멈춰버릴지도 모르는 고통이 찾아올테니 말이다. 바나나와 밤을 같은 정원에 심을 수 없으니까. 떨어져 있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조합도 있는 거야.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은 있어 . 아무리 연습해도 극복할 수 없는 서투름과 같이 어쩔 수가 없는 것이 있어. (170쪽) ’배신하지 마’는 지방에서 보면 꿈이 이루어지고 부가 기다리는 화려한 삶이 약속된 도쿄가 있다. 그것은 어차피 허상이다. 밖에서만 볼 수 있는 움켜잡을 수 없는 도시. 처음부터 어디에도 없는 도시. (209쪽) '인생은 꿈꾸는 자의 몫' 이라는 광고의 카피가 문득 떠올랐다. 꿈꾸는 자의 몫이라, 꿈을 꾼다고 해서 모든것이 좀처럼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풍선처럼 자꾸만 바람을 불어넣는다 어느 순간 빵 터져 버릴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터져버려도 바람을 넣은 그들에게만 책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화려한 삶을 꿈꾸고 일로써 성공하고 싶고 거기에 아름다움으로도 찬사를 받고 싶다. 이 모든것이 어쩌면 점점 늪으로 빠져들게 하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다 화려하고 잘나갈 수는 없으니까. 아침에 해가 뜨듯이 그 해도 밤이 되면 떨어지고 달이 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