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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ㅣ 블랙 장르의 재발견 1
오스카 와일드 지음, 서민아 옮김 / 예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나 현재에도 시대말은 암울한 분위기에 무슨일이 벌어질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기에 더 불안한건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일이지만, 지금과 다를바 없는 느낌이 들었다.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는 현재이고 미래에 닥칠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고민하는것은 거의 비슷한것 같다. 아무생각이 없어 보였던 도리언에게 닥칠 암울한 그림자를 누구도 미리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순수하기에 더 빠르게 변화하고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들수 있었다. 도리언이 바질을 만난것이 문제인지, 바질의 친구 헨리경을 만난것이 문제였는지, 아마 그 두사람 보다 도리언 그 자신이 가장 큰 문제였다. 도리언은 젊고 그 누구나 반할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영원한 젊음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것이다. 나이를 먹어도 20대라면 얼마나 좋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은 이도 거의 없을것이다.
세월을 비켜가는 이는 아무도 없다. 돈과 권력을 어마어마하게 가진다 해도 나이는 먹고 늙고 언젠가는 죽는다. 도리언은 자신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아름다움이 영원해지길 바란다. 도리언의 아름다움에 먼저 눈을 뜨게 된 사람은 바질이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바질은 아마도 도리언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그모든것을 감수할만큼 사랑했던것 같다. 책 속에서 사랑이란 감정은 누구나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자체 만으로도 봄의 기운처럼 따스하고 활기찬 느낌이다.
도리언의 마지막 남아 있던 양심은 약혼녀가 죽음으로써 안녕을 고한다. 그때부터 였을까. 그의 초상화 속의 도리언은 비열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 자신이 보기에도 섬짓할정도로 말이다. 헨리경이 속삭였던 말들처럼 도리언은 마음속의 사악한 유혹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도리언처럼 시간이 지나도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대신,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내주어야 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것인가. 도리언을 통해서 타락의 길로 가속도가 붙는 과정을 보면서 섬짓한 기분을 느꼈다.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것을 아마도 도리언은 알았을것이다. 다만 그 결과를 알고만 있었던 것이다. 겪어보지 않으면 그것이 어떤것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것과 직접 겪는것은 하늘과 땅차이일 것이다. 그토록 열망하던 젊음의 댓가로 도리언은 모든것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