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8월

책표지에 그려진 그림은 알라우네인가보다. 알라우네란 무고하게 죄를 뒤집어 쓰고 교수형에 처해진 남자가 흘린 정액에서 피어난 전설의 식물이라고 한다. 이 책에선 누구나 사람의 내면에서 알라우네를 키우고 있지만, 보통은 그걸 알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나미키 역시 자신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알라우네의 존재를 깨닫지 못했다. 알라우네가 자신을 삼켜 버린것을 자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첫장부터 나미키는 세명의 여자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운다. 세 사람을 곱씹으면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해본다. 무엇때문에 나미키는 세명의 여자를 죽이려 하는걸까? 초반에는 결정적인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세명의 여인의 기구한 사연이 흘러나온다. 살인역시 광기어리고 미친짓이라고,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 무엇도 살인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

나미키는 자신이 실행에 옮기려는 살인의 목적에 정당화를 부여한다. 그들을 죽이지 않으면 이세상에 알라우네를 키워서 내놓는 꼴이 된다며 말이다. 세명의 여자들은 끔찍한 일을 겪었으면 그 충격으로 사람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심신이 많이 다쳐있었다. 세명의 여자들을 돕기 위해서 지원한 활동으로 인해 나미키와 그녀들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사람은 내부에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다. 사람마다 그 차이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이세상에 악하고 나쁜 사람은 없다고 믿고 싶다. 실제상황은 그렇지 않지만, 소수 악인들때문에 우리가 서로를 불신하며 세상을 산다는건 씁쓸한일이다. 세명의 여자들의 심리상담을 맡고 있는 아카네는 그녀들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그것은 일종의 실험이라고도 했고, 그녀들의 내면을 강하게 만들기 위함이라고도 했다. 모든지 극단적인것은 좋지 않다. 그런 경우엔 이세상엔 아군 아니면 적만 있을뿐이니까. 적은 무조건 죽여도 된다는 식으로 합리화를 시키기 때문이다.

 나미키의 계획은 처음부터 틀어진다. 자신과 연인사이였던 아카네가 자신이 방심한 틈을 타 죽이려고 하면서 일을 뜻하지 않게 흘러가 버린다. 나미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폭주해버린다. 거칠어진 호흡, 정신없이 흐트러진 계획들을 주워담으며, 나미키는 자신의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나미키는 살인하고 나서 폭발할 것 같은 섹스에 대한 욕정을 느낀다. 아마도 나미키의 알라우네가 튀어나와 자신의 본능에 충실해지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것 같다. 이 책의 결론 역시 끔찍한 일이다. 나미키가 무엇을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정당화 했는지, 그리고 그녀들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아카네 역시 무섭게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송이의 알라우네가 활짝 피어났다는 그 문장에서 찜찜하고 섬짓함을 느낀다.

 브레이브 원이라는 영화에서 조디 포스터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한다. 그녀가 죽인 사람들은,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겠지만, 이 세상에 없었으면 하는 인간들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살인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인가? 이 세상엔 법이 있지만, 법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참 많다. 누군가가 그런 사람들을 죽인다고 해서 그 사람의 편에 서서 환호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런일들이 생긴다면 이세상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영혼들이 자연스레 좀 데리고 가줬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무리겠지.

세상의 순리가 무엇인지, 옳고 그름,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