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 도피자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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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수리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죽은 자의 혼을 본다. 그리고 그들이 잠시 처사의 눈을 피해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갑자기 죽게 된다면 '아마도 무슨 일인가?' 싶을 것이다. 사랑했던 사람들 혹은 마음에 남는 일을 마무리하고 떠나고 싶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집 떠나서 죽으면 다 객사라고 했는데 요즘은 달라졌다. 언제부터인지 병원에서 명이 다하지 않거나 다른 연유로 죽거나 혹은 집에서 죽으면 더 위험한 일이 돼버렸다. 예전에 집에서 상을 치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현수리는 차사의 눈을 돌려서 죽은 자가 하고 싶어 하는 어쩌면 소소한 소원을 들어준다. 그것이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수리는 역시 평범하게 인생을 살고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 20대 때부터 문제를 일으켰다고 했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취업 문제로 부모님은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는 현수리를 원하고 있다. 선배가 소개해 준 인테리어 업체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평범한 곳은 아니었다. 납골당인데 큰 납골당 형태였다. 인테리어라는 게 원룸 같은 방에 살아생전에 좋아했던 물건들을 꾸미거나 넣어주는 일을 하는 업체였다. 이곳이 그냥 그런 곳만도 아닌 것이 자꾸만 검은 물체가 어른거린다.


뭔가 수상한 곳일 거라 생각했는데 현수리는 혼이 보이는 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런 게 무섭지는 않았다. 다만 차사들이 자꾸만 혼을 놓치고 그 혼과 관련해서 이곳과 뭔가 연관성이 있어 보였다. 현수리는 신임 차사와 인연이 닿게 되어서 어쩌다 보니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있었다. 처음엔 저 원수 같은 차사였는데 사정을 알다 보니 딱한 차사라서 욕할 수도 없게 되었다.


현수리가 딱한 혼을 위로해 주고 그들이 원하는 일을 할수록 잠시 도와주는 것을 차사가 묵인해 주기도 했다. 부모님은 현수리가 무난한 곳에서 일한다는 생각에 안심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일이 생겨버린다. 어차피 해서는 안될일을 했던 사람들과 그것을 악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진정한 죄를 받은 것 같아서 다행이기도 하다. 현수리의 현실 이야기와 죽은 영혼을 달래주는 이야기와 더불어 차사의 이야기가 잘 어울러졌다. 마지막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상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수리와 차사의 묘한 인연이 재미있게도 느껴졌는데 그러다 정들면 어쩌나 싶어서 걱정도 된다. 단편같은 장편같은 느낌이었다. 무섭거나 너무 심각하지 않은 경계를 잘 넘나드는 부분이 이승과 저승 그 언저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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