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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록 : 기이한 이야기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밤의 이야기꾼들의 후속작으로 채록 기이한 이야기란 제목으로 책이 나왔다. 실은 밤의 이야기꾼들 읽었던가? 싶을 만큼 친숙한 작품이다. 벌써 12년이 지났고 그 세월 동안 이야기의 힘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에 생명력이 있다는 것은 정말 사실이다. 다시 그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했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귀신이 나오는 집이 있었는데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한낮인데도 무서움을 느꼈다. 그런데 그 집에서는 사람이 나왔다. 이 동네 저 동네 안 가 본 곳도 많지만 집 주변 안 가본 집이 거의 없었는데 유일하게 그 집을 가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 집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은 나중에 언니를 통해서 듣게 되었다.
채록 기이한 이야기 편에서도 귀신이 없음 더 이상할 정도의 한적한 곳에서 만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작가님이 직접 참여해서 이야기를 듣고 소설로 써주시면 어떠냐는 의뢰였다. 초대장도 발이 달려서 스스로 책상 위에 올라왔나 싶을 정도였다. 실제로 모인 사람들이 사람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제일 무서운 점인데 그 사실은 확인할 수 없다.
노인의 사회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은 첫 번째 이야기부터 뒷골이 써늘할 정도로 무서웠다. 보내주는 사람 이야기였는데 아버지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의사의 말로는 시한부로 3개월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무엇이 무서웠냐면? 딸은 빚에 시달리고 있었고 아버지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아버지는 돌아가시지 않고 그래서 보내주는 사람에게 도움을 의뢰한다. 그 과정 속에서 무서움이 도사리고 있었다. 예전 한참 유행했던 '통통통 아 여기 없네.'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무서움을 떨치기 위해서 다음 이야기 원으로 넘어갔다. 아마 그다음으로 넘어가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밤새 꿈속에서 시달렸을 것이다. 한 남자의 원한 그리고 그 원한으로 시작된 결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주 인형에 미워하는 사람을 붙여놓고 바늘을 꽂는 것 정도는 어쩌면 애교 수준에 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사람이 미워도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이, 무서웠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왜냐하면 사람이니까. 무당을 통해서 원한을 풀어냈지만 그 원한이 다시 그 자신에게 돌아왔다. 그 돌아오는 과정에서 긴박한 무서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여기서 끝내면 무서운 개가 끝까지 좇아올 것만 같다.
그다음 이야기는 야간 경계근무다. 군대에서 화약고 관련된 귀신 이야기는 실제로도 존재할 것처럼 느껴진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욱 섬찟해졌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사람이 있다면 그 원한을 풀 수 있으면 좋겠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 버리는 불가피한 상황은 안타깝다. 하지만 그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되는데, 머릿속이 복잡하다. 한편의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라고 외친다.
watcher라는 단편은 얼마 전에 읽은 일본 소설이 생각났다. 누군가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하는 일이었다. 그 사람에 관여해서는 안 되고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한다. watcher로 돌아와서는 그냥 보기만 하면 돈이 들어오는 아르바이트이다. 한편에 10만 원, 어찌 솔깃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다만 그 영상 자체가 실제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만 있다면 곧 밤인데 잠은 어찌 자란 말인가? 다행스럽게도 풋잠 이야기를 통해서 훈훈하고 따스한 이야기를 읽었다. 두 분의 사랑 이야기는 정말 좋았는데 어린 시절의 달걀귀신 이야기는 섬뜩해서 달콤 쌉싸롬한 버무리를 퍽 잘하신듯 하다. 마무리는 작가님 이야기인가 싶어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도플갱어 느낌도 있고 작가의 이야기에서 첫 번째로 죽는 K의 이야기다. 원래는 존재감이 없는 그런 K이다. 웬만하면 앞에서 죽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실체 없는 K가 작가를 지독하게 쫓아온다. 얼마나 무섭게 쫓아 오던지, 이정도 달리기 솜씨라면 단거리에서 단연코 1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도 지독하게 매운맛부터 맛보고 점점 순한 맛으로 가야 앞의 이야기를 조금은 떼어낼 수 있다. 앞의 단편이 뒤에 있었다면 무서워서 잠을 설치지 않았을까 싶다. 오랜만에 단숨에 읽으면서 책장을 덮었다. 참 오랜만인듯 하다. 뭔가에 집중하는게 쉽지 않았는데 이야기꾼의 책을 읽으니 모처럼 소설을 읽은 즐거움을 되찾은듯 싶다. 무섭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듯이, 이 무더위도 곧 끝이 날 것이다. 책 속 표지의 눈이 다르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