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필사북 - 이동진 평론가 추천!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역사, 건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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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진의 명산물은 안개라고 말하는 글을 읽으면서, 예전에 느꼈던 안개와는 다름을 느꼈다. 예전에 좋아했던 안개는 축축하면서도 뭔가 그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부터인지 미세가 나빠지면서 짙은 안개에 휩싸일 때는 숨이 막힌다. 아마도 공기가 좋았던 시절과 그렇지 않던 시절의 느낌이 사뭇 다를 것이다.


무진기행에서 느껴지는 안개는 감정적으로는 후자 쪽이다. 질펄거리는 진흙 속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무진기행을 읽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색하지 않을 것을 보면 드문드문 읽었던 것 같기도 하다. 책 표지가 퍽 마음에 들어서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모든 소설가와 작가 지망생들에게 무진기행 필사는 기본이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이 필사 북은 단순히 작가의 글을 복사하는 빈 노트에 그치지 않는다. 위대한 문장가와 독자가 펜을 나누어 쥐고 함께 써 내려가는 아름다운 동행기이자, 먼지 쌓인 책장 속 소설을 삶의 영역으로 걸어 나오게 하는 생생한 의식이다.(7쪽)


그 시절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글을 읽으며 때론 이토록 가벼울 수 있는 그의 마음을 읽어 내려가면서 그는 어딘가로 도망 다니고 있었다. 그게 자신의 나약함을 떨쳐버리고 싶은 마음이면서 때론 한심하면서도 그런 그가 안쓰럽기도 했다. 날것이라는 표현에 서슴지 않는, 그다음 일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글을 쫓다가 결말은 없었다. 이야기의 시작 그리고 웃기게도 전무 자리가 어찌 되는지 궁금해졌다.





서울 1964년 겨울 부인과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부인이 죽었고 그 시체를 팔았단 그의 말을 들으면서 결국 그렇게 될 거라는 것을 알았을까? 필사를 하면서도 쓰는 이유에 대해서 막연하게 글씨체가 좋아졌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글씨체 역시 금방 좋아지지는 않고, 이 책을 다 필사하게 되면 프롤로그에서 말한 것처럼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는 말들인데 읽어서는 보이지 않던 문장의 이음새가 보일까 궁금해졌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내 안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외로운 작업이다.(7쪽) 무진기행 필사를 시작하기 전에 프롤로그 역시 필사를 해보면서 들어가는 게 도움이 될 듯하다. 한 문장 문장마다 필사를 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들이 들어 있다. 내가 이 글을 왜 써야 하냐고 묻는다면 무진기행 필사 북의 프롤로그에서 모든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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