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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책 표지였다. 종종 다른 세상과의 연결고리나 문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중학생 소년은 우연히 상자를 발견했는데 상자를 열면 다른 세상이 존재했다. 아버지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닌듯했다. 같은 나이의 소녀와 이 비밀을 함께 공유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소녀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옥을 탈출한다. 뉴스에서는 가출이라고 난리가 났다. 집에서 정말 소녀를 가족이라서 찾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가 공부 좀 한다고 동생을 학대하는데 부모님은 나 몰라라 하고 말이다. 책 속에서는 소녀가 원하는 다른 세상으로 갔으니 다행이다. 상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실제 상황이었고 그 변화를 소년과 본래 상자의 주인이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여러 편의 단편이 상자 속 세상과 연결시켜 주고 있다. 상자 안으로 들어가면 바깥세상은 전혀 구경하지 못하는 것인가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다. 다른 곳을 넘나드는 방법이 있나 보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은시계가 나온다. 은시계로 남매는 가난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살 줄 알았으나 누나는 요괴가 쫓아온다며 불안에 떤다. 동생은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되고 시간 여행을 하는데 자꾸만 요괴들이 쫓아오는 시간이 짧아진다. '어떻게' 하면서 읽어 내려갔다. 요괴한테 잡히면 죽는 것은 뻔한 모양이었다. 다행히 위기를 넘기고 평범한 나날을 누리게 되고 누나는 동화를 쓰는데 그 책들이 궁금해서 검색해 보게 되었다. 이야기 속에 빠져드니 진짜 나온 책인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이야기의 시점은 현재로 돌아와서 영재 아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영재 소년은 다른 이의 생각을 읽는 능력이 있었다. 모두를 다 읽는 건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이 책 안에서 펼쳐진다. 추리소설 느낌도 나면서 점점 빠져든다. 영재 소년은 자신이 사랑이라 믿었던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그 이유가 자신의 능력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사랑에 눈이 멀어 그녀의 생각을 몰랐던 그는 이제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 확실히 알게 된다. 이야기는 다른듯하면서도 하나로 이어지는 매개체가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AI가 그것이다. 천재 박사가 만들었다던 이 로봇은 상자 속 세계와 연결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더 캐물으려 하면 '아무것도 몰라' 하는 식으로 딴소리를 한다.
천재 박사로 나오는 이 사람은 실은 은시계를 가졌던 누나의 손자이다. 벌써 시간의 흐름이 그렇게 돼버린 것이다. 누나는 안정적인 삶을 살면서 동화 작가로서 성공해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고 천재 박사 역시 남부럽지 않은 가정에서 살았다. 그는 발명이 좋아서 다양한 물건을 만든다. 박사를 찾아와 큰 금액을 기부하는 소녀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007본드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준다. 박사의 발명품으로 그녀는 악당들을 재미나게 해치우는데 그 과정이 우스꽝스럽게 펼쳐져 있다. 소녀는 잠깐 등장하고 보이스피싱 악당들은 그녀가 쳐 놓은 함정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야차가 등장한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야차는 불멸의 존재다. 이 세계 역시 상자 속 세상과 그리고 상자 속의 세상에 살던 사람들 중 영원을 살던 존재가 다른 공간으로 여행하며 죽다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특별한 열매를 먹으면 죽은 사람도 바로는 아니고 80년 후에 살아난다는 이야기다. 그들은 그늘 나름의 규칙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나이 들거나 죽지 않으므로 한곳에 오래 지낼 순 없다. 결국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갈 즘, 진짜 지구의 종말이 다가왔다. 이야기의 시작은 현재였다가 역사 속 어느 시점이었다가 머나먼 미래로 날아갔다. 그 미래가 생각보다 빨라지지는 않을까 걱정되지만 모처럼 단편이면서도 장편인 이 책의 다양한 장르를 느끼면서 홀딱 빠져서 읽었다. 정말 시간을 넘나드는 시계가 아니면 열차가 있는 건가. 그 세상이 너무 궁금해진다.
<사진출처 열어보지 말 것 / 저자 쓰네카와 고타로 /출판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