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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갈까마귀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난 4년간 잉글랜드의 왕위를 놓고 싸워온 두 세력 사이에 화해의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을 터였다.(12쪽) 모드 황후는 스티븐 왕을 포로로 잡아서 승리의 왕관을 다 쓴 듯 보였지만 전쟁 못지않은 참혹한 성격으로 인해 국민들의 성화와 분노를 얻었다. 뭔가를 얻어낸 것이 있기는 했다. 모드 황후는 인질로 잡혀있는 이복 오라비 로버트 백작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스티븐 왕과 이복 오라비를 교환하기로 한다.
애덤 신부의 죽음으로 인해 대리로 온 교구 에밀노스 신부는 겉모습은 흡사 레슬링 선수처럼 보였다. 헨리 주교가 추천해서 수도원장은 별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캐드펠 수사의 생각은 달라 보였다. 그리고 에밀노스 신부의 모습을 보고서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수도원장님은 너그러운 성격만큼 대리 교구 신부를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지 못한 체 말이다.
인자하셨던 애덤 신부의 죽음이 이 동네에 이토록 큰 파문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 대리로 온 교구 신부가 그런 사람일지도 몰랐다. "겸손과 인간적인 관대함 외에는 모든 덕목을 다 갖추었더군.(73쪽) 수도원장은 교구 신부의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신부의 덕목을 다 배제하고 갖출 것을 다 갖추었다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전쟁 중이었기에 모드 황후의 뜻을 전달할 두 명의 인재가 한 명은 이곳을 빠져나갔지만 한 명은 빠져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인재들은 언제나 이곳에 있다. 바로 캐드펠 수사가 있는 수도원에 자연스럽게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이번에도 새로 들어온 일꾼을 눈여겨보던 캐드펠 수사는 바로 알아챘다. 어느 편에서든 정직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캐드펠 수사였다. 행정장관 휴도 원래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으나 캐드펠 수사와 함께 하는 동안 그의 도움을 받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안정적인 삶을 살면서 까칠했던 성격이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수도원에 새로 들어온 일꾼은 머리도 좋고 일도 제법 잘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금방 새로운 일에 적응하고 열심히 일했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사랑이 싹트고 있으니 캐드펠 수사의 열렬한 지지 덕분에 두 사람도 이런 세상일지라도 조금은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헨리 주교의 열렬한 지지가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스티븐 왕은 생각보다 물러빠진 성격이라 그를 용서했다.
수도원의 새로운 일꾼을 지지하고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그녀의 집안은 모드 황후를 지지했기에 재산을 몰수당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었다. 그녀의 양아버지는 다시 스티븐 왕에게 지지의 뜻을 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적의 배후를 잡아들이기 위해서 그런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일은 때론 어디로 향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대리교구로 온 에밀노스 신부가 생각하는 정의는 이유와 상관없이 죄지은 자는 즉결처분해도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정의를 행하기 위해서 앞길을 막는 자 역시 때려죽여도 된다고 생각했다.
책 제목처럼 어둠 속의 갈까마귀가 그런 최후를 맞게 될 줄은 몰랐다. 이 또한 하늘의 뜻인가 보다. 컨릭수사가 에밀노스 신부의 무덤을 그토록 깊게 판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이유를 알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 또한 이 동네 사람들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어둠 속의 갈까마귀 / 엘리스 피터스/ 북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