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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엄마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3월
평점 :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디오 북을 틀어 놓는다. 요즘엔 책방에서도 쉽게 오디오북을 대여할 수 있다. 목소리 좋은 성우 분들이 읽어주는 책도 있고 오디오북을 지원하지 않아도 AI가 신통하게 읽어주는 기능이 있다. 처음엔 AI가 읽어주는 게 참말로 별로였다. 그런데 지금은 점점 목소리가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가끔 "네"에 할때 그 부분이 묻는 질문도 아닌데 톤이 높아지는 부분이 여전히 재미있다.
그날도 평소처럼 오디오 북을 틀고 잠을 청했다. 보통은 금방 잠이 들 수 있도록 아는 책을 틀어 놓는다. 그 이유중 하나로는 윗 집 아주머니는 한동안 괜찮은 듯 했는데 다시금 그러신다. 밤에 뭘 좀 끌고 다니거나 안 그러셨음 좋겠다. 여전히 힘이 좋으신지 아직도 청춘이신가보다. 그 점에선 부러운지도~
40년만에 엄마를 찾아온 아들이라고 한다. 책 선정은 내가 하지 않았기에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듣고 있었다. 그래서 뜬금없이 40년만에?? 책 제목도 저자도 알지 못했다. 나중에 듣다가 금방 빠져버려서 알게 되었지만. 사투리를 쓰시는 정겨운 어머니와 무미건조한 아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40년만에 엄마를 찾아 왔다 길래 무슨 상황인가 어리둥절했다. 어머니 성함을 알려 달라고 한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엄마의 이름을 모른다는게 말이 안돼 정말 이상했다. 어쨋든 엄마 이름도 모른다고 살짝 타박은 있었지만 이름을 알려주신다. 이 상황이 너무나 궁금했고 성우분이 목소리를 잘 해주셔서 그런지 저녁에 잠에 들지 못한 체 책의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말았다. '앗 이러면 안되는데,' 엄마와 아들의 정다운 시간이 이어지고 추운 날씨였지만 금세 따스한 기운이 방안에 가득해졌다.
엄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았다.
"세이이치 잘 들으래이. 무슨일이 있어도 어매는 니 편이구마." 이렇게 감동적으로 흐르다가 앗 뭐라고?? 세계 최고의 카드 회사가 VIP를 위해 준비한 서비스라고 했는데 1박 2일에 50만엔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500만원이라고? 이건 무슨 일인지 싶어서 그 다음장으로 넘어갔다.
이상하게도 엄마가 자꾸만 아빠 성묘를 하고 가라고 한다. 무슨 일일까? 그런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아들은 60이 넘은 나이이고 그렇담 어머니는 적어도 여든이 넘으셨을 것이다. 여든 여섯이라고 하신다. 현실 세계로 돌아온 이 사람 대뜸 이곳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 산소를 이전한다고 한다. 여기 설정에서는 미혼이었지만 실제로는 부인과 이혼하고 자식도 있지만 아빠는 나몰라라 하고 외톨이 신세다. 친구와 이야기하는 느낌은 60이 넘은 것 같지도 않고 그냥 30대 친구처럼 느껴진다. 친구도 이 사실을 알고 괜찮은거냐고 묻는다. 외롭지 않냐고 묻자 친구는 전혀 아니라고 한다.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신종사기인가 생각했다. 자기도 죽으면 그 무덤에 들어가고 싶다고 한다.
유일한 가족인 여동생이 쫓아와서 한바탕 하고 오빠나 가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여동생도 오빠가 현재 처한 상황과 쓸쓸한 모습 때문인지 그곳에 가보기로 한다. 그곳은 도쿄에서 꽤 떨어진 시골이다. 기차를 타고 간 다음에 한시간에 1대씩 오는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아궁이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나고 그 근처에 산사가 있는데 주변 사람들도 거의 없고 인적이 드물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날 듣고는 이 책은 끝났다. 결말은 어쩌면 정해져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추리소설 속 반전처럼 충격받았다. 세상일이 다 그런거 아닌가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설글펐다. 작가분 왜 유명한지 알겠다. 사람을 확 붙들고 놔주질 않는다. 처음엔 뭐지, 궁금해서 듣다가 결국 끝까지 와버렸다. 자꾸만 치요 아줌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이 서비스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치요 엄니라서 되는거다. 예전같으면 이런게 무슨 소용있냐고 말할 수 있지만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것인지, 작가님이 글을 잘 써서 그런것인지, 이해가 간다. 고향의 향수~ 제일 중요한 것은 엄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