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둔색환시행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주간의 크루즈 여행, 그리고 저주받은 원작 <밤이 끝나는 곳>의 인터뷰가 시작된다. 고즈에는 작가로 이번 여행은 남편과 함께 <밤이 끝나는 곳> 이 작품의 실체를 풀어보는 시간이 될 듯하다.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고즈에의 입가에 맴돌고 있는 의문점이 있다. 실은 남편 마사하루의 전처 이즈미는 <밤이 끝나는 곳>시나리오를 완성한 후에 자살했다. 고즈에는 이 말을 남편에게 차마 물어볼 수 없다.
나중에 마사하루의 입을 빌려보자면 그 역시도 전 부인의 죽음에 대해서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끔은 그녀의 죽음이 정말 자살인가 그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고 있다. 마사하루는 고즈에가 그런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눈치가 빠를 것만 같던 마사하루가 고즈에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놀라웠다. 알게 모르게 본인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이 은연중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상처가 있는 사람들끼리 어쩌면 그렇게 두 사람은 끌렸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칭찬으로 두 사람이 남매 같다고 말하는데, 때론 그 말이 비수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전처 이즈미의 포스트잇에 붙어 있던 필연성은 무얼 뜻하는 걸까? 실은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아니면 뭔가 속 시원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상에서의 일들은 때론 모호한 것도 많고 우리가 가진 상처의 크기를 자로 잴 수도 없다.
바다 위에 떠 있다는 것 자체가 때론 죽음과 가까워져 있어서 그런지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울하지만 무슨 이야기가 이어져 있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것에 이끌려서 읽고 있다. <밤이 끝나는 곳>의 작품이 저주받은 이유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가 불이 나 참변을 당하고 두 번째는 살인사건까지 벌어졌다. 이번에 크루즈 여행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대놓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실체의 공포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고즈에의 어깨에 붙어 있었던 누군가의 그림자가 자신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들러붙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