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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고 있는 거 눈치채!
코노 유타카 지음, 최은지 옮김 / 리프 / 2024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천년의 윤회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뭐라고 해야 할까 극적이거나 뭔가 구구절절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일상적이었다. 안은 천년을 살아온 정신적으로만 그렇다.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나고 그 기억을 간직한 채 안은 그렇게 살고 있다. 천 년 전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의 일상에서는 카레 음식점에서 안은 룸메이트 쇼코와 함께 알바를 하고 있다. 안은 카레를 향한 열정을 내뿜으며 레시피를 알고 싶어 한다.
문통록이라는 고서적을 서로 갖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진다. 그것이 무엇인가 싶어서 한참을 읽다가, 결국은 두 사람의 추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년의 윤회에서 남자는 태어날 때 윤회의 기억이 없고 여자를 만나는 순간 기억이 돌아온다고 한다. 여자는 태어날 때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남자를 만나는 순간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 물의 신의 저주다. 물의 신이 다짜고짜 그녀에게 "내 신부가 되어줘." 하는 바람에 그녀는 "싫다고."해서 두 사람은 저주받고 죽는다. 문통록을 찾는 과정은 추리소설을 한편 읽다가 코미디 장르로 넘어가다가 결국엔 무협에 살짝 몸을 담는 정도다.
이 사람들 지금 뭐 하는 건가 싶어서 웃음이 났다. 신기하게도 경찰이나 호텔 관계자는 등장하지 않아 문통록 찾기 술래놀이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환생하는 모습도 제각각이었다. 서로를 알아본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이 나는 것도 아니었고 사람의 모습이 아닌 새의 모습으로 환생하기도 했다. 규칙이 정해진 대로 그녀는 그를 알아보고 순간의 기억이 사라졌지만 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남자 역시 그녀를 보고 기억이 되살아났다. 잠시 그렇게 운명적인 순간이었다. 운명처럼 그 순간은 길지 않았다.
결말을 읽고 나서 첫 장을 다시 읽어보았다. 기억이 없었다면 그저 스치는 인연이었을지 모르지만, 기억이 돌아오면서 그는 그녀를 알아보았다. 어떤 모습이든지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사랑하는 시간이 그토록 길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다시 만나면 그 기억이 이어진다. 물의 신의 저주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고 평범하게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신을 거역하고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변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