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벌써 30주년을 맞이하여 재발매를 시작했다. 아하 벌써 그렇게 되어 버렸구나.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진다. 


 그때를 떠올려보며 한참 책방에서 책을 빌려다 보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언니가 너무나도 재미있게 보던 시리즈물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였다. 보나마나 1권만 읽어봐도 바로 느낌이 온다. 이건 바로 쭈욱 읽을수 밖에 없는 책인 것이다. 캐드펠 수사는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외모는 그다지 그래보이지 않았다. BBC에서 방영했던 모습이 기억 날듯 말듯한데 검색해보니 자료가 나오지 않는다. 



2권을 다읽었을때 언니의 반응이 떠올랐다. 부수도원장이 수도원장이 된다면 짜증이 나서 책을 펼치지 못할꺼라던. 이제야 읽어보면서 나 역시 그랬다. 부수도원장은 어디서나 볼 법한 인물이다. 자신의 권력에 솔직하고 수도원장이 되는 길을 열심히 닦아나가고 있는 다소 이기적인 인물이다. 그렇다해도 수도사에 득이 될만한 인물인가를 감히 그렇다 아니다라고 평가하기에 소임이 부족해서 아니다라고 말할 순 없겠다. 







1권에서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읽으면서 첫 권부터 잔잔한 수도사 생활에 기쁨을 느끼고 있는 캐드펠 수사 이야기를 읽고 있다. 허브밭을 일구면서 그 향기에 잠시 취해본다. 베란다에 바질을 키우고 있는데, 쑥쑥 잘 크고 있다. 바람이 불면 바질향이 함께 살랑살랑 들어온다. 그 향이 너무 좋아서 크면 피자를 만들어 먹을때 생바질을 듬뿍 넣어 먹을수 있다. 바질과 피자는 천생연분이다. 캐드펠 수사는 허브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 그것을 활용해 좋은 약과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 캐드펠 수사는 57세로 십자군 전쟁에도 참여했고 미래를 약속했던 연인도 있었고 그 외에도 만나왔던 여러 여인들이 있었다. 지금은 고즈넉한 수도사 생활에 만족하며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있다. 


정말인가? 정말로 첫사랑에 실패해서 그 시련의 상처로 수도사로 들어온 수사도 있었다. 이편에서는 위니프리드 성녀를 모셔오기 위해서 부수도원장을 포함한 6명의 수사가 귀더린으로 길을 떠나고 돌아올때는 4명의 수사만이 돌아왔다. 당연히 부수도원장도 함께 말이다. 부수도원장의 야심찬 성녀유골 모셔오기 작전이 펼쳐진다. 캐드펠수사는 존수사와 함께 참여한다. 



종교적 이념이나 자신이 믿고 있는 이념의 가치관이 잘못된 방향으로 다다르면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귀더린의 주민들 특히 그들이 지지하는 영주는 자신들은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 잔잔한 느낌이라서 여기서 뭔가 일이 터질듯 한 느낌이었다. 그렇다. 반대파 영주가 살해당한다. 캐드펠 수사는 그것의 진위를 결국 알아채고 만다. 결론적으로 몹시 섬뜩하고 무서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성녀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다. 죽은 성녀에게 어찌 물을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의 의중 따위는 문제되지 않았음이 중요하다. 


부수도원장의 본심을 드러내는 일들이 벌어지지만 캐드펠 수사 덕분에 귀더린과 수도원 모두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다면 미친듯이 날 뛸 부수도원장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름다운 여인이 등장하고 신분차이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긴다. 그때는 신분차이가 크니 별수가 없겠지, 하면서도 생각지 못한 방향에 다다른다. 인생은 알 수 없다. 


마지막에 순례자 베네드가 직접 성베드로 수도원을 찾아왔다. 그곳에서 어떤 영광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서 부수도원장은 참을수 없는 폭발, 다행히 내면에서만 폭발할 수 있기에 그 끓고 있는 심정을 직접 보지는 못하고 흘깃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부수도원장이 화나면 왜 이리 기쁜지 모르겠다. 


재미있고 코믹한 부분이 있어서 여러편의 시리즈를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만든다. 







2권에서는 시체 한구가 더있다 편에서는

내전으로 힘든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138년의 잉글랜드는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간에 왕위를 둘러싼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 무드 황후는 핸리 1세의 딸로 헨리 1세가 죽기 전에 자신의 왕위를 자신의 딸에게 물려주겠다 했다. 당연히 그때는 스티븐도 그러겠다 했지만 헨리 1세가 죽자, 보란듯이 약속을 깨고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스티븐 왕쪽 편을 들던 사람들 중 모드 황후 쪽으로 등을 돌리거나, 모드 황후쪽 이었다가 등을 돌리고 스티븐 왕한테 가거나 엉망징창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 연유로 슈루즈 쪽은 모드황후편이 버티고 있었지만 헨리왕이 싸움에서 이긴 결과 반대파를 숙청하고 바로 처형에 들어갔다. 그 성을 지키고 있던 모드 황후측 윌리엄 피챌런과 그의 가신 펄크 애더니는 마지막 순간에 도망을 간다. 그런데 펄크 애더니의 딸만은 아직 피신을 하지 못한체 이곳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헨리왕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다행스럽게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재산을 약탈하거나 무고한 희생은 바라지 않아,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하여튼 무사했다. 헨리왕쪽에 의탁하겠다가 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가신 펄크 애더니 딸의 약혼자였던 홀 베어링도 있었다. 또 다른 소녀는 시리어스 였다. 두 사람은 당분간 수도원에서 거처할 예정이었고 홀베어링은 자신의 신분이 반대파 딸의 약혼자 였던 만큼 불순한 의도가 엿보였다. 


캐드펠 수사 밑에 있는 여린 소년이 자꾸 마음에 걸렸는데 그녀가 바로 펄크 애너니의 딸 고드린이었다. 이 사실은 금방 드러나고 홀베어링은 머리에도 눈이 있고 훨씬 똑똑하고 영악한 젊은이었다. 캐드펠 수사 역시 고드린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홀베어링 역시 그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수도원은 전쟁으로부터 안전했으나, 생각지 못한 사람들이 자꾸 이곳에 모임으로써 큰 위험에 도사리고 있다. 그 안에서는 그녀를 지키고자 하는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해서 캐드펠 수사의 마음이 무겁다. 언제나 젊은 연인들이 사랑에 푹 빠지는 모습은 보기 좋다. 이번에도 목숨을 걸고 그녀를 지켜내려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두 남녀의 사랑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어쩌란 말인가. 아름다운 연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고 앞으로 어떤일이 벌어질지 기대가 된다. 수도원장은 헨리왕을 그리 지지하지 않고 무참하게 사람을 처형시킨 사람에게 반대 시위까지 했다. 대놓고 그들의 시신을 잘 수습해주고 싶다며 헨리왕의 기분을 상하게했다. 이점이 걱정되었다. 그러니 3권에서 보란듯이 수도원장이 바뀌는 일이 생기고 만다. 수도원장은 나름 인정이 많고 결단력이 약한 사람이지만 수도원장은 수도원장이었다. 부수도원장은 수도원장이 된다는 꿈에 얼마나 부풀어 있었던가~ 아 어찌나 통쾌하게 웃었는지 모르겠다. 수도원장이 그동안 참았던 한방에 거칠게 날렸다. 


캐드펠 수사의 시체 한구가 더 있다로 새로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개인의 욕심이 이 거대한 전쟁을 일으켰다면 사사로운 개인의 욕심 또한 무슨 일을 벌어지게 만들지 모르는 일이다. 사사로운 욕심이 어찌 크고 작은게 있을까 싶다. 

이편에서도 새로운 연인이 탄생한다. 실은 끝까지 아슬아슬해서 어떻하나 걱정하고 있었지만 무사히 멋지게 잘 마무리되었다. 





3권에서 수도사의 두건은 수도사에 전재산을 의탁하고 편안히 살고 싶다 던 영주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이편에서는 캐드펠 수사의 옛 연인도 만날 수 있다. 


짧지만 웃긴 이야기로 국왕이 너무 오래 생존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암살을 부르기 마련이랄까. (18쪽) 그러니 적당하게 이슬로 사라져야 하나보다. 영주의 죽음에는 수도사의 두건이라는 투구꽃으로 만든 근육통에 탁월한 약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먹으면 위험하다. 영주는 독살당하고 그 일로 인해 양자가 살인자로 의심받게 된다. 정황만 보면 그럴수도 있다. 영주의 부인 아들은 에드윈으로 계부 살해 혐의를 받게 되고 도망자 신세가 된다. 억울하게 끌려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되버린다. 다행히도 캐드펠 수사가 있어 다행이었다. 


영주의 그동안 상황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친자도 한 명 있다. 하인 사이에 낳은 아이는 그저 사생아일뿐 친 아들 대접도 받지 못한다고 한다. 하인과의 아이는 많을 수도 있는데, 그저 하인의 아들일 뿐이었다. 그때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 하다고 한다. 농노 중 한 명은 원래 자유민 이었는데 윗대가 땅이 없어서 소작농으로 일했고 그로 인해 다시 농노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니가 범인이다.' 정해 놓고 수사하는데 따로 증거 따위가 필요하겠나. 이러다가 억울하게 죽어나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다 싶다. 다행인 것은 홀 베어링이 행정장관의 보좌관으로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행정장관은 강직한 사람이지만 수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4권 성 베드로 축일에서는 내전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성베드로 축일장이 열린다.

상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곳에서는 물건만 사고 파는 일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새로온 라둘푸스 수도원장과 마을사람들의 사소한 의견차이가 있어 이일로 인해 심경이 더욱 불편한 일들이 벌어진다. 거기다 거상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겹치고 시장 아들이 범인으로 몰리는 상황이 된다. 


잘 어울리는 한쌍의 연인이 또 탄생하나~ 이편에서는 거상의 조카딸과 귀족 이븐 두 사람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당연히 이제 그녀곁에는 아무도 없고 시중들 사람들이 있다해도,  의지할 곳이 없는 그녀를 지켜주고 싶은게 멋진 사나이의 마음이겠지. 잘 어울리는 남녀를 바라보는 이들이 또 있었다. 그녀에게 반한 사람이 또 한사람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할때가 있다고 하더니, 그때만 해도 그런일들이 벌어질줄은 몰랐다. 


급격한 마무리는 좋다고 해야할까 성급한 마무리라고 해야할까. 책속에서는 잘되는 듯 보였다. 뭔가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추격전에서는 숨막히게 달리고 또 달렸다. 경각에 달린 일일수록 그렇다. 무더운 여름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으면서 '안돼.'를 외치다가 무릎을 탁 치면서 웃었다. 결국은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무리 위태로울지라도 희망은 버려선 안된다. 희망은 좋은거니까. 






5권에서는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편에서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억울한 일이 있을때 내 몸 한자리 누울만한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런 곳이 바로 캐드펠 수사가 있는 수도원이었다. 수도원장 역시 정의를 수호하고 계신다. 새로오신 수도원장은 현명해서 너무 다행이었다. 부수도원장이 수도원장이 되면 좀 슬퍼질지 모르겠지만, 이미 발을 들여 놓은 이상 캐드펠 시리즈에서 뺄 수 없다. 


혼례를 올리는 귀족들의 행렬이 웅장하게 이어졌다. 수도원으로 오는 길 이전에는 세인트 자일스 병원이 있다. 그 병원에서는 나환자들이 치료 받고 있다. 그들은 모처럼의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서 길에 나섰고, 그중에서 심상치 않아 보이는 한 인물이 보였다. 거적 때기로 몸을 가리고 두 눈만 보였지만, 뭔가 다른 분위기가 풍겨진다.


이제 18이 된 린 신부는 이대로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해야할까~ 새신랑이라고 말하기에는 뭐하고 그렇다고 늙은 신랑이라고 하기에도 참 그런 남작과 그 밑을 지키는 세명의 향사가 있다. 그중에서 어린 신부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으니~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을 지켜주소서.'


마지막의 죽음은 살인이 아니고 결투였다. 자신의 소중한 보물을 지키기 위한 목숨을 건 결투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남작과 어린 신부를 볼모로 잡고 있는 삼촌과 숙모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책을 읽다 보면 '저 인간 저러다 죽겠네.' 싶은 사람이 있다. 그러다 정말 죽는다. 사건을 풀러 캐드펠 수사의 뒤를 따라다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그러니까 지푸라기가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하여튼 세인트 자일스의 나환자의 사정을 알게 되었다. 세상 억울한 사람이 많다. 그들이 지키려고 하는 것을 위해서는 목숨도 아깝게 생각지 않을 것 같아, 그럼에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서 안타까웠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6권 얼음 속의 여인은 무슨 내용일지 몹시 궁금하다.

짧았던 여름방학처럼 느껴지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였다.



<사진출처 캐드펠 수사 시리즈 1-5권/ 앨리스 피터스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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