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편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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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수요일의 우체국이 있다고 합니다. 수요일의 편지 와는 다른 면이 있지만, 수요일에 자기가 한 일이나 생각을 써서 보내면 직원들이 전국에서 온 수요일 편지를 섞어서 무작위로 배달해 준다고 합니다. (책 속 내용 중에서)




이 책 속에서는 세 명의 화자가 등장합니다.

이무라 나오미는 중고등학생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주부이며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첫 이야기에서는 나오미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시부모님이 세운 회사를 남편이 전적으로 짐어지고 있고 성실하긴 하지만 무능하다고 대놓고 아들을 무시합니다. 남편이 휴일도 반납하고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회사는 진즉에 망하고도 남을 형편이었는데 말이죠. 남편은 위궤양에 시달리며 곧 죽는다 해도 시부모님은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아들 녀석이 융통성이 없어서, 누가 죽어라 회사일에 매달리냐고 말할 것 같아 짜증스러움이 밀려왔습니다. 나오미는 오랜만에 동창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자신의 상황이 최악이라서 그런지 자꾸만 나쁜 마음이 욱하고 올라옵니다. 친구는 그녀를 위해서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말이죠. 쏟아지는 독을 일기장에 적는다는 것, 누군가에게 그 사람 욕을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의 권유로 수요일의 편지를 쓰면서 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됩니다.



일기장에 독을 쓰는 것이 아닌, 자신의 꿈을 그것이 현실 가능하도록 편지에 쓰는 것이죠.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긍정적인 사고보다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아서 그런가 봅니다. 안된다고 생각하는 게 딱히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글도 잘 쓰고 싶다고 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잘 써지지 않는 것처럼, 말도 좋은 말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말이죠.




이마이 히로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었지만, 생계 걱정에 프리랜서가 되는 것이 두려운 회사원으로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같이 문구회사에 입사한 친구는 과감히 사표를 내고 프리가 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10년이 지나 전시도 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준 친구가 너무 부러웠겠죠. 자신은 그동안 뭐 했나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하루하루 생활하는 게 참 쉽지 않습니다. 친구가 너무 잘 나갈까 봐 배 아파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사람이니까요. 정말 행복한 순간에 함께 웃어주기엔 내 현실이 팍팍하다면, 그래도 쓴웃음이라도 지을 순 있습니다. 함께 웃다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해 봅니다.



미쓰이 겐지로는 수요일 우체국 직원으로 고등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싱글대디입니다. 보기 좋은 부녀지간입니다. 함께 식탁에 않아서 수다를 떨며 맛있는 한 끼를 먹는 식구입니다. 수요일의 편지를 읽으며 아버지는 생각이 많아지고, 딸에게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실은 무거운 아버지 역할입니다.

엄마가 죽고 딸과 아빠는 잘 살아온 듯 보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막상 터놓고 이야기하기에는 그리 두껍지는 않지만 얇은 두께의 벽이 놓여있습니다. 아버지는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딸아이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고민하며 딸은 그런 무거운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수요일의 편지는 작가의 감성어린 문장들이 가슴에 와닿는 책입니다. 레몬같은 아침 햇살이 정말 눈부시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 서로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시나 츠바키 문구점을 읽으면서도 다른이의 사연을 읽으며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차피 누구나 모든것이 마냥 다 좋을 순 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가족이 마냥 사이가 좋을순 없을 겁니다. 제일 무서운 건 적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명대사도 있으니까요.




< 사진 출처 수요일의 편지 /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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